알코올 중독으로 가정폭력을 일삼던 40대 아버지를 숨지게 해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된 여중생 이모양(18일자 A8면 ‘아빠가 무서웠어요’ 보도)에 대한 구명운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양의 일기가 공개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저미게 하고 있다.
강릉가정폭력및성폭력상담소와 영동지역사회알코올상담센터, 강원동부아동학대예방센터 등 4개 시민단체는 20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강릉경찰서를 방문해 이양을 면회했다. 대책위는 "이혼하고 술 중독에 빠진 아버지 밑에서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던 이양은 사회가 만들어 낸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며 "이양의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양의 담임 등 교사 50여명도 경찰과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강릉경찰서 홈페이지에는 선처를 호소하는 네티즌과 시민들의 글이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한편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20일 공개한 이양의 일기장 내용의 대부분은 아버지의 폭력과 술주정에 대한 괴로움으로 채워져 있다. "학원에 술 먹고 찾아와 나를 발로 차고 얼굴을 때렸다. 난 잘못도 안 했는데, 너무 창피하다. 내가 너무 불쌍하다. 학원 간 사이에 술 먹고 집을 다 부쉈다. 도저히 아빠랑 살 수가 없다."
이양의 어머니는 이양이 태어난 지 100일 될 즈음에 아버지의 술주정과 가정폭력을 못 이겨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이양의 고모는 "오죽했으면 자기 아버지의 목을 졸랐겠느냐. 그 아이는 평생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 왔다"며 "4살 된 이양을 아버지가 세탁기에 넣고 돌렸는데 간신히 생명을 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양의 학원 친구들은 "학원이 끝나는 밤 9시면 꼭 집에 전화해 아버지가 술에 취했는지 확인하곤 했다"며 "아버지가 술에 취한 날이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 아버지가 잠이 든 후에야 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양 담임 교사는 "지금까지 결석은 물론 지각, 조퇴 한번 하지 않은 학생"이라며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그렇게 밝게 자랄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다"고 말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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