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역사학 관련 48개 연구 단체 모임인 ‘역사연구단체협의회’가 22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일본 중학교 교과서의 역사서술과 역사인식’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한국사 연구단체를 중심으로 역사관련 학회를 망라하다시피 한 협의체가 꾸려진 게 처음인 데다 이들이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처음 학술적으로 분석·비판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협의회는 특히 학술대회의 발표·토론 내용을 정리해 이달 말 일본 정부에 역사교과서 수정안을 보낼 계획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박찬승 한양대 교수는 일본 교과서 왜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근현대사 부분을 집중 분석한다. 박 교수는 미리 공개한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근현대사 서술과 역사관 분석’ 발표문에서 대표적인 우익 교과서인 후소샤(扶桑社)의 역사교과서가 칼럼 등 여러 장치를 통해 현 교과서보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강조하고 대동아전쟁을 아시아민족 해방전쟁으로 미화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눈에 띄는 대목으로 미국 관련 기술을 들었다. 1908년 일본 요코하마(橫濱)를 방문한 16척의 미국 함대를 일본이 거국적으로 환영했다거나, 조셉 그루 미국 외무장관이 일본 국토의 괴멸을 막기 위해 일본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포츠담선언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기술은 ‘미국에 대한 호감’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며 교과서 집필 방향이 친미 쪽으로 더 기울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소샤 교과서의 가장 큰 목적이 청일전쟁 이후 태평양전쟁까지 일본이 저지른 여러 차례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이나 대만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일본이 어떤 이득을 취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개발했다는 내용만 싣고 있다며, 이들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개조하려는 정치적 목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대 민족문화연구소 연민수 연구교수는 ‘고대사 서술과 역사인식’ 발표문을 통해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역사교과서들이 사실 관계의 오류, 역사인식의 편협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야마토(大和) 정권은 반도 남부의 임나(가야)라는 지역에 거점을 구축’했다거나, ‘고구려는 백제의 수도 한성을 함락했지만 백제와 임나를 거점으로 한 야마토 조정 군세의 저항에 부딪혀 반도 남부의 정복을 이룰 수 없었다’는 등 임나일본부설을 명백한 사실로 기술한 대목을 대표적인 고대사 왜곡으로 꼽았다.
이날 학술대회는 허동현 경희대 교수가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후소샤 판) 문제의 배경과 특징:역사 기억의 왜곡과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교과서 문제 전반을 정리한 뒤, 시대별로 고려 이전은 연민수 교수가, 고려부터 강화도 사건까지 중근세사는 박수철 전남대 교수가, 강화도 사건 이후 러일 전쟁까지 근대사는 한철호 동국대 교수가, 1910년 이후 근현대사는 박찬승 교수가 발표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한편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는 중국 난징(南京)사범대 난징대학살 연구중심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고 우선 대학 수준의 공동 역사교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