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속에서, 정치권에서는 개헌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일본 자민당의 헌법개정 태스크포스인 신헙법기초위원회는 4일 헌법개정요강을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의 헌법개정논의는 한단계 더 앞으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시민세력이 가장 우려해 왔던 부분은, 전쟁포기를 규정함으로써 일본 헌법을 평화헌법으로 규정짓는데 공헌한 제9조이다. 그런데 자민당의 헌법 개정시안에서는 ‘자위를 위해서 자위군을 보유한다’라고 하여, 자위대를 군대로 위치지움으로써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에 한발짝 다가서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독도 문제와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는,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과격한 양상을 띠는 중국의 반일시위는 매일 톱뉴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우익단체가 중국관련 건물에 총탄을 발사하는 등 자칫 양국의 감정적인 반응이 폭력적인 양상으로 발전될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일부 미디어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반일시위를 한국이 야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극단적인 시위도 연일 보도됐다. 실제로 양국간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고, 공식적인 행사가 중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호왕래는 끊이지 않고,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에는 한국 방문자가 최대에 이를 것이라는 여행업계의 예측도 있다. 이제는 정치가 사람과 정보의 이동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는 일반시민 레벨의 교류나 문화의 공유라고 하는 독자적인 힘을 가지고 이 지역의 초국경적인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촛불은 화염병을 대신해서 한국 민주주의의 심볼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민주화 운동의 모멘텀을, 촛불을 들고 아시아 지역에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수호한 한국의 네티즌은 단순한 반일 시위가 아닌, 중국과 일본의 시민이 연대하여 동북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시위를 제안하고 있다. 그것은 일본의 시대에 역행하는 반평화적인 움직임에 대한 항의이고, 중국과 한국에서의 과격한 대응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
한국은 촛불시위에서 보여지듯 성숙된 시위문화를 가지고 있다. 인류사회의 양심에 합리적으로 호소하는 촛불시위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면, 동북아의 시민네트워크를 통해 인권, 민주주의, 평화 등 보편적인 지향을 둘러싼 실질적인 연대를 구체화하고 동북아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김상미 도쿄대 사회정보대학원 연구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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