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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베네딕토 16세/ 한국 방문한 적 없어…저서통해 소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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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베네딕토 16세/ 한국 방문한 적 없어…저서통해 소개만

입력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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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대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으로 추대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19일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교황선출 후 첫 축복을 내렸다. 다음은 ‘바티칸시와 전 세계에게’라는 뜻의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전문.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추기경들은 주님 포도밭의 보잘 것 없고 미천한 일꾼인 나를 교황 대 요한 바오로 2세 후임으로 뽑았습니다. 주님께서 (나와 같이) 불충분한 도구로도 일하시고 행하실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위안이 됩니다. 무엇보다 나를 여러분의 기도에 맡깁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 안에서 그 분의 영원한 도움을 믿으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도우실 것이며,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들 곁에 계십니다."

■ 교황과 한국 천주교

한국 천주교는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 선출을 축하하면서, 요한 바오로 2세와 같은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기대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는 20일 축하 메시지를 통해 "새 교황님께서 평화의 사도로서 인류가 염원하는 세계평화를 증진하고, 보잘 것 없고 소외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해 주시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25일(월)오후 6시 명동성당에서 교황즉위 경축미사를 주교단 공동집전(주례자 최창무 대주교)으로 여는 한편, 교황 즉위식에 축하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명동성당은 이날 새벽 2시께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타종식을 5분간 가졌으며,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을 알리는 조기를 내리고 새 교황 선출을 전파하는 교황청기를 내걸었다.

또 아침 일찍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명동성당에서 신부와 수녀, 신자 등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새 교황선출 감사미사를 집전했다. 정 대주교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을 때 새 교황이 교황청의 간부였던 인연을 소개하면서 "새 교황님이 세계평화와 인류복지, 인권증진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천주교계 일부에나 알려졌을 뿐 최근까지만 해도 일반에는 낯선 인물이었다. 그가 한국에 알려진 것은 주로 저서를 통해서였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주교로 있던 1969년에 쓴 신앙서 ‘그리스도 신앙과 어제와 오늘’이 74년 성베네딕도 왜관 수도원이 운영하는 분도출판사에 의해 번역 소개된 것이 처음이다. 80년대 들어서는 해방신학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인 ‘자유의 전갈’ ‘자유의 자각’이 번역됐으며, 최근작으로 ‘이 땅의 소금’(2000년)과 ‘하느님과 세상’(2004년)등이 있다.

베네닉토 16세는 고령인데다 81년부터 교황청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와 친분이 있는 한국인 사제는 그리 많지 않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을 때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사무처장 조규만 신부가 위원회 위원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정도다.

또 그가 아직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어 그의 한국천주교에 대한 이해도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교황 후보로 거론되던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이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경축 메시지를 한국 불교계에 보내고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서울에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그가 2번째 추기경 탄생을 기대하는 한국 천주교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미지수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 새벽 평화방송과의 회견에서 "베네딕토 16세를 처음으로 알현할 때 한국 교회에 새 추기경을 임명하도록 청원하겠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 저서 번역자·제자가 본 교황/ "보수적 인물 아니다"

"그 분은 ‘지혜와 겸손’이 무엇인지 세상에 보여준 신학자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선출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14년 지인인 정종휴(55) 전남대 법과대학장은 20일 "그는 성경구절 대로 지혜와 겸손을 실천하는 분"이라며 "그가 가톨릭 정통 신앙의 수호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학장은 독일에서 공부하던 1991년 7월 라칭거 추기경을 처음 만났다. 당시 뮌헨대교구 성당에서 봉헌된 추기경 서품 30주년 기념미사에서 그를 면담한 정 학장은 "대담집(신앙의 현재상황-그래도 로마가 중요하다)을 읽고 감동했다"며 번역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한달 뒤 라칭거 추기경은 직접 전화를 걸어 "식중독에 걸려 치료하느라 답변이 늦었다"며 번역을 허락했다. 얼마 후에는 한국신자들을 위한 서문까지 직접 써서 보내주었다. 정 학장은 이후 매년 성탄절 축하카드와 서신을 주고 받으며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정 학장이 ‘이 땅의 소금’(2000년), ‘하느님과 세상’(2004년) 등 라칭거 추기경의 다른 대담집을 번역·출간했을 때도 매번 그는 한국신자를 위한 서문을 손수 써서 보내주었다.

정 교수와 함께 베네딕토 16세와 인연을 가진 이는 국내 가톨릭 여성 신학자 1호인 김정희(67) 전남대 사범대학국민윤리교육과 명예교수다. 김 교수는 72년 신학 세미나에서 처음 만난 그의 학문과 인품에 매료돼 그가 재직하던 독일 레겐스부르크대에 제자로 들어가 박사학위를 받았다.

새 교황 선출 소식에 눈물이 났다는 김 교수는 "크지만 두렵지 않고, 도움이 필요할 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분"이라며 "가난한 아시아 학생인 저를 대학 축제 때 ‘옆으로 오라’며 끌어주는 등 항상 경제적, 정신적 도움을 주셨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97년 전남대 부설 종교문화연구소를 설립될 때도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모두 새 교황이 ‘보수적’이라는 평가에 크게 고개를 젓는다. 정 학장은 "그 분은 남녀평등과 종교적 상대주의, 다원주의 등 세속 문화의 장점을 가톨릭 문화에 접목할 수 있는 현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80년 귀국 뒤 방황할 때 편지를 드렸는데 ‘여성도 신학을 가르칠 수 있지만 한국사회가 아직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보다. 세속대학에서라도 교편을 잡으라는 하느님의 뜻’이라는 답장을 보내주셨다"는 일화로 교황의 트인 시각을 소개했다.

정 학장은 특히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 내 대표적 ‘지한파’라고 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이해도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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