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모(35)라는 숨겨진 딸을 두었다는 SBS의 보도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김씨의 정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 과거 동교동계 측근들은 19일 하나같이"처음 듣는 얘기"라며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김씨의 존재는 그 동안 ‘알아도 모르는’ 금기였다.
김씨의 생모는 67년 제7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DJ의 당시 24살난 여비서라는 설과 DJ가 잘 가던 음식점에서 만난 여인이란 소문 등 다소 엇갈린다. 김씨는 70년 7월에 태어났다. DJ가 신민당 대통령 후보에 선출되기 불과 두 달 전이다.
김씨가 태어난 뒤 호적등재를 도와주고 모녀의 생계를 지원하는 등 궂은 일을 도맡은 사람은 정대철 전 의원의 부모인 정일형·이태영씨 부부였다. 이 때문에 한때 김씨가 ‘정 전 의원의 숨긴 딸’이라는 소문이 났을 정도였다.
외조부 호적에 손녀로 올랐던 김씨는 어머니와 살며 92년 전남의 모 대학을 졸업했고, 서울의 D대학 대학원까지 마쳤다. 김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선 "초등학교 2~3학년때부터 엄마 심부름으로 동교동에 가 생활비를 받아오곤 했다", "김홍일 의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모녀는 DJ가 대통령이 된 97년 이후에는 무기중개상 조풍언씨 등 DJ의 은밀한 후원자들이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모녀가 한때 살았던 서울 여의도의 아파트도 조씨가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씨 모녀의 존재를 아는 이는 동교동에서도 극히 일부였다. 일각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씨의 실체를 알고도 모른 척 해주었다고 하나 신빙성이 떨어진다. 동교동에 정통한 한 인사는 "납치사건까지 저지르며 눈엣가시인 DJ를 제거하려 한 박 정권이 DJ의 아킬레스 건을 알고도 놔뒀을 리가 없다"며 "5,6공 신군부는 물론 김영삼 전 대통령도 몰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 정치권 등에 소문이 조금씩 난 것은 김씨의 어머니가 2000년 6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입원 중 자살하고 김씨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 발단이 됐다. 그때는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던 민감한 때였다. 국정원에서 사실을 인지하고 김은성 전 2차장 등이 ‘특수사업’이란 명목으로 진승현씨가 준 돈으로 김씨를 돕는 등 물밑 개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25년생인 DJ는 45년에 차용애씨와 결혼해 홍일·홍업 형제를 두었으나 59년에 사별했다. 3년 뒤 DJ는 이희호 여사와 재혼, 3남인 홍걸을 두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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