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의혹사건을 특별검사에 맡기는 것을 검토하라고 청와대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한다. 야당이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 개입의혹을 계속 제기하면 특검 요구를 당당하게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시비와 정치공세를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은 언뜻 듣기에 자연스럽다. 그러나 검찰이 이제 막 수사에 나선 때에 앞질러 특검 수용 의지를 밝힌 것은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대통령의 이런 지시는 무엇보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꺾을 것이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이 특검 법안을 내놓아 자칫 수사를 멈추고 특검에 넘겨야 할지 모를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시까지 신경 쓰지 않고 수사에 전념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국회가 법안을 논의하기도 전에 수용방침을 밝힌 것은 관행에 비춰 어색할 뿐 아니라 사리에도 어긋난다. 정치공세 차단도 좋지만, 국가최고 사정기관의 존재 의의를 훨씬 중요하게 여겨야 옳다.
더욱이 검찰과 권력의 관계가 달라진 것을 생각하면 이번 사건은 검찰에 진상 규명을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에서 정치 중립과 독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오랜 검찰 불신을 바탕으로 정부와 야당이 권력형 비리를 전담할 공직자부패수사처와 상설 특검 설치를 각각 추진하는 것과 관련, 이번 사건은 검찰의 신뢰성을 가늠할 좋은 기회가 될 만하다.
검찰 스스로 이 사건을 껄끄럽게 여긴다는 얘기는 귀 담아 들을게 못 된다. 만약 그렇다면 검찰 불신과 권한 축소에 항변할 자격이 없다. 결과를 지레 걱정하기보다 최선을 다해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히면 국민이 합당한 평가를 할 것이다. 정치권도 정략적이란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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