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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만나되 공개하라" 미국의 로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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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만나되 공개하라" 미국의 로비 문화

입력
2005.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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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로비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어림잡아 3만 명의 등록된 로비스트가 자신들이 대변하는 단체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의회의 문을 들락거린다. 이들은 미국의 정책과 권력을 움직인다고 해서 ‘제3원(院)’ 혹은 ‘제5부(府)’로 불리기도 한다. 외국 정부나 기관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만도 수 천명에 이를 정도니 워싱턴에서는 매일 총성없는 로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로비의 세계엔 규칙이 따른다. ‘만나되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공개성과 투명성은 불공정한 경쟁과 음성적 접촉의 유혹이 큰 로비의 세계를 제어하는 대원칙이다. 미국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인 1946년 연방로비규제법을 제정, 로비스트의 등록과 활동 보고를 의무화한 이래 점차 로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강화해왔다.

1995년 정비된 로비공개법에 따라 로비스트는 상·하원에 자신을 등록하고 1년에 두 차례 고객의 위탁 내용과 로비상대 기관을 보고해야 한다. 물론 로비의 대가로 받는 사례금과 용도도 보고의 대상이다. 미국의 내셔널 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로비회사는 123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한 ‘패튼 보그스’로, 지난해 수입만 3,033만 달러에 달했다.

모든 로비 활동이 등록과 보고의 절차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무자격’ 로비스트가 활개치는 곳 역시 미국이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정권을 위해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 채택 로비를 벌인 혐의로 미국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코리아게이트’의 주역 박동선씨는 지난해 연말 워싱턴 한국 특파원들과의 모임에서 "나는 로비스트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내 인맥을 활용,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해왔던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지만 스스로 무등록 로비스트임을 고백한 것이기도 했다. 76년의 코리아게이트 때나 유엔 스캔들 모두에서 미 정부가 두고 있는 혐의는 ‘등록하지 않고 로비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박씨처럼 외국대리인등록을 하지 않은 사실만으로도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지거나 2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박씨가 이런 제재를 받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무리다. 박씨는 코리아게이트 때 의회 청문회에서 의원 로비 활동을 증언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면제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박씨 개인보다는 유엔의 비리를 겨냥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법정 증언을 조건으로 기소를 면제하는 ‘플리 바겐(Plea Bargain)’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김승일 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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