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 2번, 챔피언결정전 우승 2번, 준우승 1번에 올 시즌엔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모두 제패한 통합 우승.
전창진(42) TG삼보 감독의 데뷔 후 3년간의 성적표다. ‘명장’ 반열에 오름직한 대단한 전과다. 프로감독 8년 동안 정규리그와 챔프전에서 각각 우승을 3번(통합 우승 2번)이나 일궈 역대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고 있는 ‘신산’ 신선우 KCC감독과 비견될 만하다. 더구나 이번 챔프전에서 신 감독을 꺾으며 정상에 올라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19일 만난 전 감독은 한사코 이 표현에 손사래를 치며 얼굴을 붉힌다. "말도 안 된다. 다 좋은 선수들을 만난 결과 일 뿐이다. 굳이 말하자면 운좋은 감독, 좋은 선수를 가지고 있는 감독이라고 불러달라." 그래서 꼭 수식어를 붙이려면 복이 많은 ‘복장(福將)’으로 표현해 줄 것을 당부한다.
전 감독은 지금 환하게 웃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성공시대’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중앙대 농구선수였던 부친(전동숙·작고)의 피를 이어받아 상명초 4학년 때 농구공을 잡은 전 감독은 용산중 때 유재학 모비스 감독과 호흡을 맞춰 전승을 하다시피 했다. 용산고 시절 청소년 대표로 활약했고 고려대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첫 해에 신인상을 받는 등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시련이 다가왔다. 잦은 부상으로 2년간 벤치를 지키다 결국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진정한 농구인생은 이즈음 시작됐다. 1988년 지도자가 아닌 삼성 농구단의 살림을 맡아보는 주무로 일하게 된 것. 그는 "이때부터 농구에 대한 애정이 커지지 시작했고, 농구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됐다"며 8년간의 주무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세계적인 주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그는 모든 면에 최선을 다했고, 농구인들과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 그것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밑바탕이 됐다.
지도자로서의 전 감독은 승부사다. 올 시즌 중반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점프력이 탁월한 아비 스토리를 전격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스토리는 챔프전에서 제 몫을 하며 전 감독의 선택에 보답을 했다. 하지만 이 베팅은 그를 어려움에 빠트리기도 했다. 챔프전 3차전에서 전반 25점차로 앞서자 전 감독은 승리를 굳히기 위해 선수들을 더 몰아쳤다. 그러나 이미 체력이 크게 떨어진 선수들은 KCC 신 감독의 소모전에 휘말려 급속하게 탈진, 급기야 역전패를 당했다. 승부사 기질은 여기서 발휘됐다. 역전패의 충격을 감안한 그는 4차전을 과감히 버리는 패를 펼쳤고, 결국 5,6차전 연승을 거두며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진짜 힘들었다. 경기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릴 패를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는 냉혹한 승부사답지 않게 성격은 무척 세심하다. 훈련에서 혼을 낸 선수는 꼭 밤늦게 불러 자신의 의도를 이야기해주고 애정을 표시한다.
그의 지론은 ‘몰라서 물어보는 건 창피하지 않다’는 것이다. "선후배를 막론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누구에게든 조언을 구한다. 감독으로서 밀어붙이기 보다는 선수들과 자주 미팅을 갖고 상의하면서 팀워크를 다진다. 스토리를 영입할 때도 그랬고 4차전 패배 때도 허심탄회하게 선수들과 이야기하며 결국 우승을 일궈냈다."
"이 말은 꼭 써달라"고 당부한 전 감독은 "3년간 함께한 제이 험프리스 코치 등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 해준 체력 트레이너를 비롯해 음지에서 묵묵히 일해준 식구들이 지금의 TG삼보를 만든 숨은 공로자"라며 공을 돌렸다.
■ 말말말
'챔피언 결정전>
▦"저 약한 놈 아닙니다." (17일 우승이 확정된 6차전에서 눈 쪽에 손을 가져간 것이 눈물 때문이었냐는 질문에)
▦ "홀 아니면 짝이죠." (14일 5차전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마음을 비웠다며)
'플레이오프 4강전>
▦ "하다 못해 친한 사람이랑 고스톱을 쳐도 딸 건 따는 법인데요."(3월27일 2차전 연승후 형님처럼 모시는 삼성 안준호 감독에 미안해서라도 승부를 연장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승부는 승부 친분은 친분’이라며)
▦ "축제는 축제인데 힘든 축제가 될 것 같아요."(3월25일 삼성과의 4강 플레이오프가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며)
'정규리그>
▦ "빨리 끝내고야 싶지만 그 심정을 어떻게 말해요."(2월27일 정규리그 우승을 빨리 결정하고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싶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며)
◇프로필
▦ 생년월일: 1963년 5월20일
▦ 연봉: 2억원(2년 계약)
▦ 주요경력: 1986년 실업팀 삼성 입단, 88~95년 삼성 주무, 96~97년 프로삼성 운영과장, 97~99년 삼성 수비코치, 99년 나래(현 TG삼보)코치, 2002년 TG삼보 감독대행, 2003년 TG삼보 감독
▦ 주요 수상: 2003~04, 2004~05 시즌 프로농구 감독상
▦ 프로 우승: 2002~03시즌 챔프전 우승, 2003~04 시즌 정규리그 우승, 2004~05 정규리그 및 챔프전 우승(통합우승)
▦ 별명: 세계적인 주무, 치악산 호랑이, 원주 히딩크
▦ 출신교: 상명초-용산 중·고-고려대(82학번)
▦ 가족관계: 부인 정인옥(40)씨와 1남1녀(캐나다 유학중)
▦ 주량: 소주 반잔
▦ 담배: 하루 2갑(시즌 때)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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