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기준시가를 세분화하기로 한 것은 각종 세금 과표를 시장에 맞게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다. 같은 단지, 같은 동에 있는 같은 평수의 아파트일 경우 현재는 ‘로열층으로 불리는 중간층’,‘중간층에 가까운 상층과 하층’, ‘최상층과 최하층’ 등 층수에 따라 세 종류로 기준시가가 달리 매겨지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14층짜리 E아파트 31평형의 지난해 기준시가를 살펴보면 1,2층과 14층은 4억1,850만원, 3~6층과 12,13층은 4억5,000만원, 7~11층은 4억7,250만원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층수 위주의 세 단계 분류기준은 ‘환경생태조건’이 갈수록 아파트 실거래가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같은 층, 같은 평수라도 한강이 보이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 전용 정원이 딸려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은 매매가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서울 한강변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조망권에 따라 최대 수억원까지 가격이 다르다. 이 같은 시장의 현실이 기준시가에 반영되지 않아 과세의 공정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고, 이에 따라 국세청이 올해부터 방향, 일조, 조망, 소음 등을 기준시가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국세청 기준시가가 올해 처음 도입되는 종합부동산세의 과표로 정해지면서 더욱 정교한 과표가 필요해진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같은 층수라도 조망권 등에 따라 실거래가가 비싼 아파트는 다른 아파트보다 기준시가와 세금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과세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이전보다 상당히 줄어들겠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준시가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준시가는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등을 매길 때 과세표준으로 쓰이고 있다.
650만호에 달하는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전체에 6단계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15층 이상은 돼야 6단계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며 층수가 낮은 아파트는 3~5단계까지 차별적으로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기준이 적용돼도 ‘로열층’의 기준시가가 일률적으로 대폭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아파트를 예로 들면 4억7,250만원과 4억1,850만원의 기준시가 격차를 넓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중간 단계를 더욱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햇볕이 잘 들고 전망이 좋은 서울 강남권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나 여의도나 동부이촌동 등의 한강변 고급 아파트에는 새 기준에 따른 환경 요인이 대폭 반영돼 전반적인 기준시가 및 세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같은 건물에서도 기준시가의 차이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동부이촌동 한강변에 있는 D아파트 40평형의 경우 층수별 기준만 적용된 지난해에도 같은 건물 내 가구의 기준시가가 6억2,000만원에서 4억7,000만원까지 1억5,00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여기에 조망권과 일조량 등이 추가된 새로운 기준이 적용될 경우 기준시가 차이가 2억~3억원 정도는 쉽게 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망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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