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압박은 중요한 문제인데도, 여러 매체들이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아요. 연극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가까이 느끼도록 하고 싶습니다."
5월13일 개막하는 경기 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에 ‘리퀘스트’를, 6월8~1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는 ‘인형의 집-노라’를 잇달아 올리는 독일 연극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37)를 18일(현지 시각) 뮌헨의 캄머 슈필레 극장에서 만났다.
오스터마이어는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사회 비판적 메시지로 주목 받는 유럽 연극계의 떠오르는 별. 1999년 31세의 젊은 나이로 독일 실험극의 산실인 샤우뷔네의 연극 예술감독으로 부임했고, 지난해 세계적 공연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의 객원 감독으로 초빙돼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 첫 선을 보일 ‘인형의 집-노라’와 ‘리퀘스트’는 2003년 무대에 올라 그의 이름을 유럽에 널리 알린 작품이다. ‘인형의 집-노라’는 1879년 초연한 헨릭 입센의 원작 ‘인형의 집’과 달리, 명품으로 치장한 보보스 부부를 등장시키고 노라가 가출대신 남편을 권총으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담고 있다. ‘리퀘스트’는 이 작품의 속편 격(독일 공연제목은 ‘희망 콘서트’)으로, 막 출옥한 한 여성이 사회의 냉대 속에서 약물로 서서히 목숨을 끊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오스터마이어는 ‘인형의 집-노라’를 통해 "70, 80년대 여성운동으로 인해 이제는 남녀가 동등하게 살게 됐다는 인식은 환상"이라며 "이젠 경제적 우월성이 현대의 남녀 관계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에서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노라를 통해 관객들이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토록 의도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돈나나 라라 크로포드의 이미지도 빌었다.
그는 6주뒤 캄머 슈필레 극장에서 공연하는 19세기 작가 게르하르트 호프만의 ‘해 뜨기 전’에서도 현실의 부조리를 다룬다. 비스마스크 시대 쉴레지엔 지방 석탄광산 노동자의 참상을 놓고 혁명을 고민하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원작의 무대를 현대의 모리셔스 섬유공장으로 옮겼다.
오스터마이어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에 천착하는 이유를 "연극 또한 신문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공동 의견을 생성하는 중요한 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연을 위해 방한하면 오랫동안 머물면서 놀라운 성장을 이뤄낸 한국을 제대로 느껴볼 작정"이라고 말을 맺었다. 공연 문의 ‘인형의 집-노라’(02)2005-0114, ‘리퀘스트’(031)828-5846~7
뮌헨=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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