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7세대 액정화면(LCD) 기판 생산라인을 가동, 차세대 LCD TV 표준 경쟁에서 기선을 잡았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32-40-46인치 표준과 LG전자와 필립스의 37-42-47인치 표준이 맞서고 있는 LCD 시장은 누가 더 크고 저렴한 기판을 공급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어서 차세대 생산라인을 조기 확보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LCD 합작 제조사인 ‘S-LCD’는 19일 충남 탕정 LCD 생산공장에서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윤우 부회장과 이상완 LCD총괄 사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상무, 소니 주바치 료지(中鉢良治)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제품 출하식을 가졌다.
이날 생산을 시작한 7세대 LCD 기판은 원판 크기가 가로 1.87c 세로 2.20c로 삼성전자의 기존 5세대 LCD(가로 1.10c, 세로 1.30c)에 비해 188% 크다. 덕분에 5세대 라인에서는 원판 1장 당 2개 밖에 못 만들던 46인치급 대형 LCD 기판을 6장이나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판이 크면 대형 화면을 잘라내고 남은 자투리 판으로 소형 화면을 만들 수 있어 수익률은 높아지고 원가 부담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32인치급 LCD 기판의 7세대 공정은 기존 5세대(3장)보다 4배나 많은 12장을 뽑아낼 수 있다. 따라서 연말께 S-LCD의 7세대 라인이 월 6만장의 최대 생산능력에 도달하면 현재 200만원 후반대인 32인치 LCD TV의 가격이 내년 초 100만원 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S-LCD의 생산 물량은 삼성전자와 소니가 반반씩 가져가도록 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소니는 40인치와 46인치급의 대형 LCD TV 제품을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돼 LCD TV 표준화 경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5세대와 7세대의 중간 격인 6세대 라인을 운영 중인 LG필립스 LCD는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5조원을 투자해 경기 파주에 7세대 라인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월간 최대 생산량이 S-LCD의 1.5배인 9만 장이며, 42인치와 47인치 규격의 제품을 주로 생산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탕정에 2조809억원을 투자해 7세대 라인을 갖춘 제2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 LCD 생산라인 ‘세대’는
LCD 생산라인은 만들어내는 원판의 크기에 따라 ‘세대'(generation)로 나뉜다. 원판을 다양한 크기로 잘라낸 LCD 기판으로 TV가 만들어진다. LCD 원판 제조사는 시장의 LCD 기판 수요를 예측해 원판의 크기를 결정한 뒤 이를 차세대 생산라인에 반영한다. LG필립스LCD는 30-37인치 생산에 최적화한 6세대 라인을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5세대에 머물러 있던 삼성전자는 대형 LCD TV 시장 공략을 위해 40-46인치 생산에 유리한 7세대 라인으로 건너뛰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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