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대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19일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에서 이틀째 일정에 들어갔으나 선출에 또다시 실패했다.
이날 정오 직전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는 선출에 실패했음을 알리는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굴뚝을 주시하고 있던 4만 명의 신도들은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자 실망과 아쉬움의 탄성을 쏟아냈다. 교황청 라디오방송도 즉각 교황 선출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115명의 추기경단은 이날 시스티나 성당에 차례로 입장해 교황선출과 관련한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한 뒤 콘클라베 절차를 재개했다.
오전 투표에서 선출자를 내지 못한 추기경들은 휴식을 가진 후 오후 4시(한국시각 오후 11시) 또 한 차례의 투표절차를 밟았다.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콘클라베 참석자의 3분의 2인 77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30차례의 투표에서도 차기 교황이 결정되지 못하면 다수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 진보·소수파 ‘이변’ 가능성 희박
새 교황은 언제 탄생할까.
교황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시작된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19일 이틀째 투표에 돌입했으나 이날도 결국 새 교황을 탄생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콘클라베가‘지옥에 떨어질 죄의 고통을 걸고’철저한 비밀주의로 이뤄져 이틀간의 투표에서 어떤 후보들이 선두권으로 부상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추기경 전체 115명중 과반 득표자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과 3분의2의 지지를 얻어 새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내부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일단 한결같이 보수적 인물로 구성돼 있는 추기경단의 성격을 감안할 때 내부 조율과정에서 소수파나 반란표가 득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추기경 115명 중 단 2명을 빼고는 모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직접 추기경 서품을 받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진보파의 입지가 극히 적은 바티칸의 교황선출 성향이 이번 투표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 마디로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황청의 권력을 놓고 교황청 운영기구 ‘쿠리아’를 지지하는 권력집중 주장세력과 분권을 주장하는 세력이 내부 조율과정에서 경쟁과 타협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콘클라베 밖에서는 유력 교황 후보 추기경들의 전력 및 자질 시비도 무성하게 일고 있다.
정치권의 선거 캠페인처럼 언론들은 유력 후보들의 과거 경력과 건강상 문제점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차기 교황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나치 전력에 대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군사독재 시절 예수회 수사 2명의 납치 행위에 개입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력한 양대 후보인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은 우울증 증세로,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은 파킨슨병 증세로 입소문에 오르내리고 있고 인도의 이반 디아스 추기경은 당뇨병 병력 등을 의심받고 있다.
장학만기자
■ 교황 선출에서 공개까지/ 흰연기 1시간후 발코니에 모습 드러내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 새 교황이 선출되면 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 위로 흰 연기가 피어 오른다. 제265대 교황의 탄생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새 교황이 누군지 알기 위해서는 흰 연기가 피어 오른 후 1시간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선출 직후 새 교황이 거쳐야 하는 바티칸의 내부절차 때문이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추기경단의 서기관과 공증인의 임무를 맡는 교황 전례원장이 투표장으로 불려 나온다. 추기경단 의장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새 교황에게 "교황직을 수락하겠습니까"하고 동의를 구한 뒤 교황 재임시 사용할 새 이름을 묻는다.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이 된 경우에는 품계나 연배가 가장 높은 추기경이 대신한다. 이어 교황 전례원장은 두 명의 의전장을 불러 증인으로 삼는다.
이 순간부터 새 교황은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는 새로 선출된 교황만이 들어갈 수 있는 ‘눈물의 방’에서 빨간색 추기경복을 벗고 하얀색 교황복으로 갈아입는다. ‘눈물의 방’이란 이름은 교황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과 앞으로 닥쳐올 인고의 시간이 이 방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교황복은 크기별로 대 중 소 세벌이 준비돼 있다.
새 교황은 시스티나 성당으로 돌아와 추기경들로부터 순명선서와 경배를 받는다. 추기경단 의장은 성 베드로 성당 중앙 발코니에 나와 ‘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뜻의 라틴어 ‘하베무스 파팜’을 외친다. 이어 그 동안 닫혀있던 자주빛 발코니 커튼이 열리고 새 교황은 모습을 드러내 전세계에 축복을 내린다. 즉위식은 이후 적절한 때에 열린다.
일반 성직자가 교황으로 선출됐을 경우에는 주교로 서품되는 과정이 추가된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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