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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50여일…MBC 최문순 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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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50여일…MBC 최문순 사장 인터뷰

입력
2005.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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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49·사진) 사장호 MBC는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산물이다. 지상파 3사의 시장 독과점이 무너지고 ‘이대로 가다가는 MBC도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2월25일 취임한 최 사장은 ‘최연소’ ‘노조위원장 출신’ 등의 수식어가 말해주듯 연공서열과 엄한 조직문화에 익숙한 언론계 전반에 큰 충격을 던졌다.

긴 침묵을 깨고 취임 53일째를 맞는 18일 첫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죽을 맛"이라는 ‘엄살’로 말문을 열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내준 에쿠스 타고 저녁에는 원래 집 차인 마티즈를 타요. 아직도 집사람이 모는 마티즈 뒷자리에 타는 게 훨씬 편해요."

언론노조위원장으로 언론개혁의 전위에 섰던 그답게 MBC를 포함한 언론환경 전반에 대한 얘기부터 꺼낸다. "기자나 PD 등 개개인이 혼자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안 돼요. 미디어의 위상 추락과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언론계 전체의 생존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 독립의 기본인 편집·편성권의 물적 토대가 되는 재정 안정이 무너지고 있어요. 신문의 위기감이 공중파까지 번지고 있죠." 그래서 그는 언론개혁 과제를 새롭게 규정한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생존과 물적 토대를 갖추는 게 바로 개혁입니다. 복합사업을 본격화하고, 매체간 연대와 융합으로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해요."

그의 요즘 작업도 이런 구상을 MBC에 대입시키는 것이다. "전시 동원체제 같은 기존의 조직 구조를 깨고 수평적 관계를 만드는 팀제로의 조직 개편, 임금 10% 삭감, 인사 개방 같은 개혁의 구체적 프로그램을 사장 직속인 미래전략팀에서 치밀하게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에는 반대했다. "사람을 해고하는 미국이나 영국식 구조조정이 아닌, 노후 인력에게 새로운 업무를 맡기고 이를 책임지게 하는 유럽식 방법을 택하려고 해요."

2007년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입주 등을 위한 재원 6,000여억을 조달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개척에도 나섰다. "장기적으로는 재정의 20%를 해외 프로그램 수출로 조달할 겁니다. 이를 위해 미국지사의 프로그램 판매도 개인 업자를 배제, 직영으로 하기로 했고 중국과 일본에 지사를 설치했어요. 이사급이 책임을 맡는 글로벌 센터가 이를 총괄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야심만만한 비전 못지않게 그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역 MBC와의 관계 재설정을 통한 광역화 작업도 그 중 하나. MBC는 사장 선임 문제로 갈등을 벌여온 강릉 MBC에게 18일 프로그램 제공을 제외한 협력관계 중단을 통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강릉 MBC의 경우 사장 선임 때마다 같은 문제가 불거지곤 했어요. 이번에는 경영권과 주주권이 지나치게 훼손된 경우라서 방어적 조치를 취한 겁니다. 프로그램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었지만, 강릉 MBC시청자를 고려해서 그건 못했죠." 최 사장은 "지역 광역화에 대해 언제 어떻게 할지는 검토 중이나 반드시 한다"며 "지역 MBC가 계속 반발할 경우 프로그램 제공 중단이라는 최악의 카드도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5공화국’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의 프로그램도 최 사장 개인의 이력과 맞물려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라. 나에게 코드를 맞추려 하지 말라’고 주문했어요. 사장 되면서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혹은 한나라당의 도움을 조금도 받지 않은 저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포함해 프로그램 전반의 경쟁력 추락은 최 사장이 풀어야 할 최대의 난제.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이사회에서 어떻게 MBC 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를 논의했는데 작가와 PD, 배우 모두가 외주제작사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 측면이 있죠." 그는 "이번 봄 개편으로 무너져 있던 MBC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회복해 가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개혁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떤 조직이든 자기 조직에서 리더가 나왔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치면 MBC는 아무래도 유리한 상황 아닌가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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