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로 예정된 윤광웅 국방장관의 러시아 방문을 둘러싸고 국방부 안팎에서는 ‘군사분야의 동북아 균형자론’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중국에 이은 러시아와의 연이은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동북아 지역에서 한중러 3각 군사협력의 기틀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에도 한중 회담에서 나온 ‘군사교류 강화 방침’과 같은 선명한 협력방안이 도출되면 ‘한국군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3월 초 참여정부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을 공식화한 이후 한미 군사동맹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있다. 때문에 윤 장관의 중국과 러시아와 잇따라 국방장관 회담을 갖는 것은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탈피하고 등거리 군사외교를 통해 동북아 지역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그러나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감축 등 굵직굵직한 국방 현안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지난해 예정됐던 한중 및 한러 국방장관 회담이 올해로 연기돼 순차적으로 열리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류·협력이 ‘근린우호’를 넘어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되고 있어 동북아균형자 역할을 염두에 둔 의도적인 접근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중국과는 인도주의 차원의 교류를 넘어 해상에서 공동 수색·구조훈련을 실시하고 해·공군간에 핫라인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와는 이미 교류 단계를 지나 실질적 협력단계를 향하고 있다는 게 국방부 당국자의 설명. 이미 연간 한 차례씩으로 국방장관 회담을 정례화했으며 2003년에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의 군사훈련에 우리 해군 함정이 동참한 바 있다. 해군끼리는 핫라인 성격의 직통통신망도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한러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공군간의 군사협력 방안이 구체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동해 상공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러시아 전투기들이 침입해 F4전투기들이 출동하는 긴박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KAL007 민항기가 1983년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게 격추된 사건의 여파로 양국 공군의 공조는 쉽사리 진행되지 못했다. 이번 회담에서 구원(舊怨)을 해소하는 방안까지 협의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지역안정을 위한 인접 국가들과의 우호협력관계 강화’라는 국방정책의 기본방향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윤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주변국과의 군사교류 강화방침은 미국과 일본의 관계자들과도 협의한 사항"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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