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을 불러주세요
보통 군대에서는 좋든 싫든 한 두 가지 별명을 가지게 됩니다만, 저는 별명으로 불린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모르죠, 제가 없는 곳에서는 달리 불렀을지도). 전입 때부터 제가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주변인들에게 확실히 알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졸병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다는 게 좀 버릇없는 행동이긴 하지만 말이죠.
저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이렇다 할 별명도 없습니다. 한국에서 별명이란, 보통 좋은 특징을 따기보다는 상대의 약점이나 컴플렉스를 자극하여 놀림감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정도에 따라서 이것을 장난으로서 받아넘길 수도 있고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후자 쪽이었죠.
얼마 전 수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들 중에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 전체의 60%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그 주된 원인은 자아정체성의 실종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결혼한 후에는 이름을 잃어버립니다. 이름 대신 몇 호 댁, 누구 엄마, 누구 집사람으로 불리게 되죠. 처음에는 괜찮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일보다는 가족에 봉사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면서 자아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으면 쉽게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홈쇼핑 중독에 빠지는 주부들 역시 그 물건 자체나 소유에 욕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택배가 올 때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 때문에 물건을 계속 사들이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름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혹은 태어나기 전에 처음으로 갖게 되는 것이며 그 사람의 자아정체성을 이루는 가장 크고 객관적인 개념입니다. 그러니 먼저 이름을 불러주세요. 친구가 되고 싶다면 이름을 불러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해주세요. 이름도 그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본인이 그 이름을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상대가 싫어하는 호칭으로 부르진 말아주세요.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제 이름은 ‘박민형’입니다.
http://lostland.egloos.com/1193441
■ 전라도 음식이 맛깔진 이유
음식하면 전라도다. 특이한 향토 음식도 많다. 담양 떡갈비, 광주의 오리 골목, 그리고 애저구이(돼지 새끼 찜), 그리고 토하젓. 목포·무안 뻘낚지, 홍탁 삼합, 풍천 장어, 순창 고추장, 벌교 꼬막, 전주 비빔밥, 콩나물국밥….
그래서 나름대로 내린 두 가지 결론. 첫째 전라도는 곡창이다. 우리나라 지형은 동고서저. 경상도보다 평야가 많고 땅이 기름지다. 경상도는 산이 많고 지형이 험해 예로부터 농사가 적었다.
그러니 당연히 전라도는 곡식이 풍부하고 삼시 세끼는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묘해 기본 먹거리가 해결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를 연구하게 된다. 또 경상도는 예로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아 숨기고 감추고 저장하고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음식이 짜다. 반면 전라도는 끼니가 해결되니 풍류를 즐기고 서화를 즐기고 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 전라도는 예로부터 교통이 불편했다. 그래서 한양에서 잘못된 선비들 유배지가 전라도 땅이다. 이 한양 나으리 님 들이 유배와서 한양에서 먹던 음식은 생각나고…. 그래서 풍부한 식재료를 궁리하여 음식을 개발했을 것이다. 군사정권 이래 상대적으로 전라도는 개발이 덜 되었다. 교통도 그렇고 경제도 그랬다. 왕래가 뜸한 것은 토착음식이 변질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어느 동네에 가면 4,000원 짜리 순대국밥 집에도 남농의 그림과 시가 걸려 있고 3,000원 짜리 콩나물 국밥집에도 가야금 소리와 창이 흐른다. 생선회 육회 등 날로 먹는 음식들. 색색 나물, 온갖 젓갈류 등 그리고 바닥엔 곰삭은 김치 류 등 반찬류이다. 육해공군으로 실컷 배불리 먹고 단돈 몇 천원 내니 나그네 마음 미안하기도 하다.
http://blog.daum.net/kspak56/146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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