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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러코리아 김정호 대표/ 직원과 함께 요리하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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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러코리아 김정호 대표/ 직원과 함께 요리하는 사장님

입력
200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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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방기구 전문브랜드 ‘휘슬러’의 한국 법인인 휘슬러코리아의 김정호(43) 대표가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요리는 ‘야채 고기 해물 잡탕’이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나리, 양파, 피망 등 각종 야채와 잘게 썬 쇠고기, 새우, 조개 등 해물을 ‘휘슬러 냄비’에 마구 집어넣고 끓이는 게 조리의 전부다. 김 대표의 요리를 맛본 직원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음식 맛이 그리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평가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매월 열리는 사내 ‘인사이드 쿠킹 프로그램’에 꼬박꼬박 참여해 더욱 열성적으로 요리를 한다. 김 대표에게는 요리 그 자체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미국 유학을 마친 뒤 1989년 한국암웨이에 마케팅 담당으로 입사, 당시 한국 시장에 첫선을 보였던 방문판매 사업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미국계 주방용품 방문판매 업체인 타파웨어 한국법인 이사, 미국계 화장품 방판업체인 뉴웨이스 한국법인의 최고경영자(CEO) 등을 역임한 뒤 2003년 11월부터 휘슬러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한 모양으로 생긴 주방용품 300개의 이름과 용도를 외우느라 며칠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며 "요리를 처음 시작한 것도 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제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와 직원들은 직접 삼계탕을 끓여보곤 작은 크기의 압력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를 독일 본사에 건의해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1.8ℓ 들이 소형 압력솥을 탄생시켰다.

김 대표의 요리 철학은 ‘음식 맛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요리 재료를 사고, 다듬고, 요리해서 먹는 과정 자체에서 요리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직접 요리를 시작한 뒤부터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더 가까워졌다고 자랑한다. 두 아들과 함께 대형 할인점 등에서 요리 재료를 고르고, 주방에 나란히 서서 야채와 고기를 씻고 다듬고 끓이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요리 경험을 그대로 기업 경영에 도입했다. 김 대표 부임 후 휘슬러코리아는 전 직원들은 한달에 한번씩 본사 주방에 모여 요리솜씨를 뽐내는 ‘인사이드 쿠킹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또 배우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수시로 강사를 초빙해 요리를 배우는 ‘쿠킹 클래스’도 연다. 요리 프로그램은 직원들간 화합은 물론, 제품의 장단점을 소비자입장에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이는 매출신장으로 이어져 휘슬러코리아는 7년 전 국내법인 설립 이후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고급 주방용품 시장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요리를 건전한 놀이문화의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강남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주민들이 우리 제품을 협조 받아 ‘쿠킹 파티’를 여는 것을 보면서, 이를 보편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조만간 일반 소비자들이 요리를 하면서 파티도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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