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과의 양자 부가합의 내용이 지난해 이미 결정된 것으로 밝혀지고 부가합의와 관련한 내용들이 추가로 공개됨에 따라 쌀 협상 ‘이면합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림부 박해상 차관보는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올해 1월초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협상관련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기 전에 부가합의 내용은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으나 협상의 복잡성 때문에 사전에 공개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특정상대국에 양보한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나라와의 양자간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 밖에 없어 공개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협상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협상 막바지까지 농민단체는 물론 국회에도 "쌀과 다른 품목을 연계한 양보는 없다"도 거짓 보고한 것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권 4당 농촌출신 의원들은 이날 쌀 협상 ‘이면합의 파문’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회동에서 "정부는 별도 합의 내용을 공개치 않은데 대해 ‘의도적이 아니었다’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의원들은 이날 발표한 ‘쌀 협상 이면합의 파문에 대한 공동 결의문’에서 쌀협상 당시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 등이 담긴 회의록을 공개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정부는 협상 막바지였던 지난해 12월 22일, 국회 상임위 보고에서 "미국 중국 등과 합의하기 위해 쌀과 직접 관계없는 부대적인 양보가 없었냐"는 의원 질의에 대해 "부가적인 양보는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농림부가 국회 상임위에 쌀협상 부가합의문을 공개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쌀 이외의 품목을 놓고 각국과 약정한 구체적 내용이 추가로 드러났다. 합의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산 가금육(닭고기 등)과 오렌지에 대한 수입위험평가(검역)를 각각 6개월, 4개월 안에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중국에 대해 과일 검역편의를 봐주기로 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을 당시 정부가 "과학적 절차를 요하는 것으로 정부가 기간 축소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던 것과 상치되는 것이어서 정책의 신뢰성 상실은 물론 농가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이집트와 인도에서 식량원조용으로 구입할 쌀의 물량이 ‘각각 1회 2만톤,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연간 9,121톤’으로 정해진 사실도 밝혀졌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 지금까지 쌀 한 톨 수출하지 않은 아르헨티나, 이집트, 인도 등에도 이 같은 내용으로 양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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