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4.0%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예상된다는 ‘2005년 2·4분기 경제전망’보고서를 내놓았다. KDI는 이 보고서를 통해 국내경기는 올 3월 바닥에 도달했거나 늦어도 2~4분기에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GDP 성장률은 상반기 3%대에 머물다가 하반기 4%대 후반으로 올라가 연간으로 4.0%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KDI예측 성장률은 그동안 정부가 장담해 온 잠재성장률 5%에는 못 미친다. 다만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거나 지나고 있다는 것은 조만간 경기회복을 예고해 주는 것이기에 기대가 된다. 이 예측대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접어든다면 2000년 8월부터 시작됐던 경기하강 추세가 5년여 만에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
그러나 KDI의 전망을 희소식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보고서가 담고 있는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소비자기대지수나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실물경기와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보고서 내용이 정부나 대통령의 인식과 괴리가 너무 크다. "5% 목표치는 변함없다"는 경제부총리의 장담이나 "모든 측면에서 한국 경제는 완전히 회복됐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터키 동포간담회에서의 발언은 KDI 보고서와 동떨어져 있다.
4%의 성장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부문에서 큰 폭의 신장세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고 보면 4% 성장도 힘겹다는 뜻이다. 여기에 환율하락과 고유가가 복병으로 작용, 예전과 같은 경기호황은 기대할 수 없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헛바람을 불어넣을 게 아니라 정확하고 냉정한 현실인식에 근거한 정책 대응이다. 괜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억지로 부양정책을 쓰다간 우리 경제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제 관료들만은 정치인 흉내를 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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