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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일요일밤에' 코너 맡은 이창순씨/ "몸 불편해도 MC 도전에 마음은 날아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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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일요일밤에' 코너 맡은 이창순씨/ "몸 불편해도 MC 도전에 마음은 날아갈듯"

입력
200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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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프로그램 MC를 맡았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새로운 모험인데, 다른 장애우들이 이렇게 농구 대회에 참가해 삶에 도전하는 걸 직접 보니까 정말 좋아요."

고양시컵 제11회 홀트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홀트 체육관. 코미디언 신동엽과 함께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신동엽의 D데이’ 코너 MC를 맡게 된 전신마비 장애인 이창순(30)씨가 다음달 1일 방영될 방송분을 녹화하러 나왔다. "아무래도 코미디 프로니까 장애우를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장애우하면 늘 불쌍하고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거에요. 매사에 도전하는, 밝은 장애우들의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강원래, 윤선아 등에 이어 장애인 전문 MC로 활동하게 된 그에게 첫 번째로 맡겨진 일은 ‘신동엽의 D데이’ 출연자들인 춘천 스마일 팀이 2003년 창단 이래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사연을 소개하고 이들의 목표 달성을 응원하는 것. 춘천 스마일 팀이 홀트팀 과의 예선에서 승리하면, ‘신동엽의 D데이’ 제작진은 장애인용 특수 차량을 강원도 장애인 복지관에 기증하게 된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프로그램 내용을 듣고 승낙 했죠. 저도 수능시험 볼 때 특수 차량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는 그게 특정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장애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되어야 할 것 같아서요."

예사롭지 않은 말 솜씨는 프로그램 진행에도 그대로 발휘된다. "자, 스마일팀이 준비를 하는 동안 저희는 가보야 할 곳이 있죠"라는 신동엽의 코멘트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홀트팀 염탐을 해야죠"라고 바로 받는다. 그런 그의 별명은 ‘슈퍼맨’. 자신처럼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됐던 슈퍼맨 역의 헐리우드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의 사연을 본뜬 ‘슈퍼맨이 걸을 수 있을 때까지’라는 아이디가 방송에 소개되면서 얻어진 별명이다.

2001년 11월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44회의 출연은 ‘군포 슈퍼맨’이란 별명을 붙여줬을 뿐 아니라 그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바꾼 전환점이 됐다. 고교시절 수영선수였던 그는 91년 다이빙 연습 도중 머리를 수영장 바닥에 부딪친 뒤 응급처지를 잘못해 전신이 마비됐다. "많은 이들과 어울리게 됐다는 게 방송 나간 뒤 가장 달라진 점이에요. 집 앞 정육점 가게 아저씨나 근처 지하철 역 공익근무 요원들도 다 친구에요. 지금은 성(性)이나 용변 문제처럼 곤란한 질문에도 웃으면서 ‘다른 장애우들에게는 물어보지 말라’며 이야기해 주죠."

그는 자신이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입었다고 믿는다. "실패해도 또 다시 도전 했어요. 러브하우스를 통해서 달라진 제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어요. 2003년 검정고시에서 떨어졌지만 다음해 다시 시험 봐 붙고 수능시험까지 쳤죠." 재활 치료를 통해 팔과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진 그에게 시민단체에서 지원 받은 전동 휠체어는 발이 되어줬다.

매주 사흘씩의 녹화보다 실은 더 어려운 게 올해 입학한 대학(숭실대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일. 군포 집에서 학교가 있는 상도동까지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래도 집안에 갇혀 있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요. 이번 학기에는 ‘사회복지 개론’ ‘자원봉사론’ ‘원격 교육 활용’ 등을 신청했는데, 제 경험을 살려 장기적으로는 많은 장애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될 겁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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