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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물눈이 너무 촘촘하면

입력
200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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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들이 과거의 비위로 낙마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지도층이나 공직자에게 전에 없이 엄격한 도덕률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 대충 넘어가던 것들이 이젠 치명적 결격사유가 되곤 한다. 예컨대 병역비리나 부동산 투기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인사라면 일찌감치 공직의 꿈을 접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이제 비로소 완벽한 도덕률을 확립한 것일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우리는 아직 10년, 20년 전에 통용되던 행동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에 대한 일반 국민의 기대수치는 우리의 도덕적 현실과 아직 큰 괴리가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사회 각 부문에서 전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부도 전문성에 입각해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할 전문 인재들을 필요로 하게 된다. 특히 고위층일수록 전문성이 긴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인재 풀이 매우 빈약하다.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들은 일조일석에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부작용이 없진 않겠지만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면 일단 능력만을 보고 활용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정도에 상관없이 과거의 흠을 무조건 덮어주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은 흠 때문에 우리 사회에 기여할 역량을 폐기 처분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을 이들은 강조한다.

최근 인사청문회제도를 정부 고위직 인사에 확대 적용하는 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고 있는 선진제도다. 우선 청문회가 존재한다는 것 때문에 공직에 뜻을 둔 사람들이 주변을 단속하고 경력관리에 신경을 쓰는 예방 효과가 있다. 또한 제도 도입으로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보다 철저하게 사전검증을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청문회가 실제로 진행될 때 순기능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몇 번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는 실망스러운 광경들을 목격했다. 대상자의 정책방향과 능력 등을 판단하기보다 지엽적인 사항에 집착하는 추궁들이 그런 것들이다. 며느리들의 중·고교 성적자료를 요구한다거나, 실제로 청문 대상자의 고교 성적을 들먹이면서 한 건 한 것으로 의기양양해 하는 유치한 장면들도 보았다.

사실에 대한 편협한 해석과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확산시키는 행태들이 더해지면 이와 같은 문제는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 정부 등이 인사청문회 도입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할 것을 권고하고 싶은 이유다. 대상자가 작은 흠이 있을지라도 그의 역량을 고려해서 일을 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아니면 흠이 너무 커서 도저히 일을 맡길 수 없는 사람인지를 알아내는 장치 정도로 청문회제도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수치나 자료, 평면적 정보를 특정 시각에서만 해석하는 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사 대상자가 국가적으로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차원에서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청문회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예컨대 공직을 염두에 둔 젊은이가 개인적으로 깨끗한 경력을 유지하면서 전문성을 쌓는 것)은 상당한 시간 후에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당장에는 그러한 장기적 효과보다 대통령이 최선을 다하여 국사를 이끌어갈 인재를 선택하는 지원장치로 청문회가 작동되게 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배려하여야 한다. 정말 중요한 정책적 균형 감각과 전문성을 가진 쓸 만한 인재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가 한 단계 발전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송하중 경희대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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