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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산불로 숲 잃고 나무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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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산불로 숲 잃고 나무심기

입력
200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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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식목일 강원 양양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신라 고찰 낙산사를 전소시키고 동종을 녹여버리는 등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최근 5년간 식목일에 발생하는 산불 건수가 봄철 다른 날에 발생하는 산불의 3배가 넘는다고 하니, 식목일에 새로 심는 나무보다 태워버리는 나무가 더 많은 것 같다.

최근 발효된 기후협약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서 5%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도상국에 속해 있어 이러한 규제로부터는 조금 자유롭지만, 2000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9위에 육박하고 90년도 대비 증가율이 세계 2위이기 때문에 곧 기후협약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기후협약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부여하고 있어 국제 기준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정부나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고, 배출 기준을 넘긴 정부나 기업은 배출권을 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거래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나라와 기업이 국외의 땅을 임대하면서까지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다. 이제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것은 자연 보호의 차원을 넘어선 경제적 차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숲은 이산화탄소 흡수가 가장 왕성한 30~40년생 나무들이 많은 ‘젊은 숲’이다. ‘젊은 숲’은 계속 성장하고 있기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한번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나무줄기 등에 저장해 놓는다. 성장하는 숲은 이산화탄소를 가두어 놓을 수 있는 거대한 탄소 저장 창고라 할 수 있다.

숲이 파괴되면 그동안 산림이 체내에 저장하고 있던 탄소를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모두 대기 중으로 내뿜어 버리게 된다. 숲의 파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이번 양양 산불로만 200㏊가 피해를 입었으니, 단순 계산으로 연간 1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현재 우리의 부주의 탓에 수십 년 가꾼 숲이 재로 변해 버리거나, 소수만을 위한 골프장 등을 만드느라 숲이 없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문제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권에 따른 경제적 문제까지, 어쩌면 숲은 미래의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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