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공원을 지나 일산 방향 강변북로를 들어서면 금방 오른쪽으로 도자기 가마를 연상시키는 미려한 외관의 건축물이 나타난다. 높이 150c의 굴뚝을 표지판 삼아 차를 돌려 램프를 빠져나가면 바로 마포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이다. 연초에 지역 주민들의 가동 반대 여론이 비등했던 이곳은 그러나 짙푸른 한강의 풍광과 어울려 마치 관광지에 온듯한 느낌이다. 가동 중지를 외치던 상암3단지 주민들의 목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국내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됐다는 시설의 속내는 어떤 모습일까. 준공을 한 달 가량 남긴 마포자원회수시설을 찾아갔다.
◆ 쓰레기소각장이냐 자원회수시설이냐 = 2001년 착공한 마포자원회수시설은 5월 21일 준공 예정이다. 시설공사는 이미 마무리됐고 하루 750톤에 이르는 마포구, 용산구, 중구, 고양시 덕양구의 쓰레기가 이곳에서 준공 이후와 별 차이 없이 처리되고 있다. 주변 조경과 실내 정리공사만 남아있다. 지상 5층 규모인 자원회수시설은 전체적으로 도자기 가마의 외형을 본떠서 만들어졌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가치있는 ‘생산물’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마포자원회수시설로 투입되는 쓰레기는 재분류과정을 거쳐 도로바닥재, 포장재로 재생산되고 가공 후에는 건축을 위한 벽돌로 변신한다. 또한 증기식 공기예열기를 거쳐 나온 에너지는 18평이하 주택 2만가구에 주거용 난방 열에너지로 공급된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도입해 만들었다"며 "재활용이 불가능한 소각 후 매립대상 쓰레기를 전체의 3% 이하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100이라는 부피의 쓰레기가 이 시설을 거치면 3 정도만 남게 되고 나머지는 각종 에너지로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 "다이옥신 배출량 법정 기준치의 10분의 1" = 마포자원회수시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철저한 연소가스 필터링 장치.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다이옥신 등 중금속 성분을 정화하기 위해 연소가스를 백필터, SCR촉매탑을 거치게 하고 마지막으로 철저한 통제가 이뤄진다는 의미에서 ‘경찰필터’라 이름붙은 정화장치를 설치했다. 시공사인 GS건설(구 LG건설) 관계자는 "환경시설에 대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유럽에서도 쓰인 적이 없는 첨단 필터들을 도입, 유해 성분이 굴뚝 밖으로 나가는 것을 최소화시켰다"고 말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에서 나오는 다이옥신의 양은 0.01나노그램/㎥. 법정 기준치의 10분의1 수준이다. 시 관계자는 "만일 이 시설이 중금속을 내뿜는 시설이라면 어떻게 상암단지 집값이 강남에 버금갈 정도로 뛰었겠느냐"며 "환경부가 계속 다이옥신 배출량을 점검하고 시설 승인도 법적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우려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 "중금속 배출 차단 못믿는다" = 그러나 지난 1월처럼 맹렬한 시위는 사라졌다 해도 마포자원회수시설을 둘러싼 긴장의 끈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시위를 주도했던 ‘마포소각장 건설반대 대책위원회’는 공권력과의 정면충돌을 자제하는 선에서 시설가동 중단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대책위는 하지만 최근 환경부에 마포소각장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가동 중단을 청원했다가 거부당하는 등 소각장 가동에 전면적인 브레이크를 걸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입지 선정 과정부터 절차와 규정을 어긴 부분이 있어 행정적, 법적 투쟁을 통해 가동을 중단시키겠다"며 "다이옥신 등 중금속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고 하지만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해서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기술이 도입됐다고 하지만 이미 10여년 전에 설계된 시설이라 플라즈마, 열용융방식 등 최신식 소각방식이 적용되지 않아 세계적인 수준이라 말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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