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보다 못한 스웨덴 남자들.’
세계에서 양성평등이 가장 잘 보장돼 있다는 스웨덴에서 최근 설립된 여성 정당의 모토다.
2006년 9월 총선에 맞춰 지난 주 창당한 정당인 ‘FI’(Feminist Initiative)는 여성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한 스웨덴 최초의 여성만의 정당이다. 당수는 물론 당원들도 모두 여성인 이 정당은 창당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7, 8석 정도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약 스웨덴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유엔개발계획 보고서에서 노르웨이 다음으로 여성파워가 센 것으로 조사된 스웨덴에서 여성당이 생겼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스웨덴은 국회의원의 45%, 공직자의 절반이 여성이다. 제품설명서에 남성이 많이 등장하면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DP)이 고위공직자의 임명과 육아 등에서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드런 쉬먼(사진) 당수는 "아직 멀었다"고 창당 배경을 밝혔다. 임금 연금 등에서 여성이 여전히 불리하고, 늘어나고 있는 여성폭력도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성폭력법 개정, 여성을 위한 재정지원 등 산적한 현안을 기존 정치판에 맡기기에는 남성들이 미덥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990년대 소멸돼가던 구 공산당을 제3당으로 끌어올리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던 쉬먼 당수는 스웨덴 남성을 여성 억압의 대명사인 탈레반에 비유하며 극좌파 노선을 걸어왔다.
‘여성’이라는 한 가지 모토만으로 당이 지속될 수 있겠냐는 시각에 쉬먼 당수는 "우리의 목표는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를 깨트리는 것이고, 그게 이뤄지면 당은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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