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 ‘금잔디’라는 담배가 있었다. 아직도 그걸 기억하는 것은 작은할아버지가 늘 내게 담배 심부름을 시켰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랫동네에 내려가 담배를 사오는데 거기에 ‘박정희 대통령 독일 방문’이 적혀 있었다.
그때에도 라디오가 있었지만, 우리가 뉴스를 들을 일은 없었다. 나는 담배갑으로도 이렇게 세상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교장 선생님이 조회시간마다 라인강의 기적을 말하고 우리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 우표도 나왔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강릉 시내의 어느 집 딸이 독일로 간호사를 하러 가게 되었는데, 이제 그 집은 딸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체 독일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이길래 딸이 간호사로 가면 여기에 남은 가족들까지 모두 잘 먹고 잘 살게 되는지, 그 나라가 참 많이 궁금했다. 돌아보니 4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세월 저편의 일이다.
그때의 산골 소년이 오늘부터 일주일간 독일을 다녀온다. 바로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내 소설 ‘말을 찾아서’를 그곳 사람들에게 읽어주러 가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의 ‘길 위의 이야기’는 결석하지 않고 나간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