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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시베리아의 봄, 한국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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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시베리아의 봄, 한국의 봄

입력
200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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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사계절 가운데 봄이 가을과 더불어 제일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봄을 생각하면 꽃이 피는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피기 시작한 분홍색 벚꽃과 노란색 개나리꽃은 나뭇잎이나 풀이 아직 없는 도시의 회색 배경 속에 매우 아름답게 보인다. 서울대 캠퍼스에도 조금씩 벚꽃이 피기 시작해서 삼삼오오 학생들은 그 밑에서 사진도 찍고 즐거워한다. 피어나는 꽃과 함께 시장에는 제법 싱싱한 채소도 많아지고 곳곳에서는 봄꽃 축제, 들꽃 축제, 벚꽃 축제 등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봄꽃을 구경하러 산이나 시골 등 꽃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봄꽃 피는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

내가 살던 시베리아에서는 봄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시베리아에서는 봄이 한국처럼 3월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한 4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거의 6개월이나 되는 겨울 동안 쌓인 눈이 지금도 아직 다 안 녹고 낮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 올라가지도 못한다. 시베리아는 5월에도 눈이 쌓여 있는 ‘겨울의 나라’이다. 소련 시절에 가장 큰 공휴일이었던 노동절(5월 1일)에 거의 모든 사람이 거리에 모여서 집회를 하곤 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나갔는데 쌀쌀한 날씨에 눈발이 날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베리아의 봄은 겨우내 쌓인 눈이 한꺼번에 녹는, 그야말로 진흙탕의 계절이다. 거리는 진창길이고 차들은 하나같이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다닌다. 좋은 차건 나쁜 차건 모두 똑같아지는… 그야말로 거리의 사회주의가 실현되는 시기다. 오죽하면 얼마 전 러시아에서 차가 더러우면 벌금을 물린다고 했을까? 진흙탕뿐 아니다. 겨울 내내 눈 속에 쌓였던 각종 쓰레기들도 함께 그 자태(?)를 드러낸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흙탕물에 신발이나 바지를 버리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한국계 러시아 가수 빅토르 최의 히트곡 ‘봄’에도 "봄~~ 태양은 다시 대지를 비추고 내 발은 흠뻑 젖어버리네"라는 가사가 있다. 그러다가도 한국의 꽃샘 추위처럼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기도 한다. 러시아말로는 ‘벚나무 추위’라고 한다. 5월 말부터는 고위도 지방의 강렬한 태양빛을 받는 대지에 어느덧 눈이 다 녹고 무성한 숲을 이룬다.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다.

한국이나 시베리아나 봄은 순식간에 와서 사라진다. 그 짧은 봄이지만 한국의 봄은 내가 그 동안 알고 있던 시베리아의 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름답고 따뜻하다. 그렇다고 시베리아의 봄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최소한 시베리아에서는 일기예보 시간마다 황사 발생을 경고하지는 않으니까.

아나스타샤 수보티나 러시아인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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