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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비정규직 법안 대타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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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비정규직 법안 대타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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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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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노사관계에 뜨거운 감자로서 부각되고 있는 비정규노동 문제를 다루는 국회 주도의 노사정 협의가 어떠한 성과를 낳을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임금근로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 근로자들이 정규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 저임금 및 낮은 복지 혜택, 고용 불안, 능력 개발 기회 결여, 제도적 또는 노조 조직의 보호 배제 등과 같이 숱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심각한 노동 양극화 현실을 고려할 때, 뒤늦게나마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이 국회에 모여 보호법안 마련을 위한 정책협의를 진행하게 된 점은 다행이라 하겠다.

그런데 그동안 노사정위원회 차원의 논의에서부터 정부 제출 법안에 이르기까지 비정규노동의 입법 방향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정부 간의 상호 입장 차이가 적지 않이 드러나 진행 중인 정책협의가 생산적인 성과로 귀결될 수 있을지 속단하기가 쉽지 않다. 워낙 민감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현안이다 보니 노사정 간의 기세 싸움이 적지 않게 전개되어 왔으며, 지난 주에는 정부 법안 수정의 필요성을 밝힌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 표명에 대해 노동부가 강한 반발을 보임으로써 비정규노동 입법을 둘러싼 국가기관 간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이처럼 첨예한 이해갈등을 보이고 있는 비정규노동 입법 논의가 또 다른 파국으로 치닫기 보다는 상생적 결론에 이를 수 있기를 고대하는 국민 대다수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노사정에 대해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우선, 비정규 근로자들이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차별과 배제의 노동 양극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만큼, 비정규노동 보호 입법은 조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노사정 간의 입장 차이를 핑계로 법안 처리가 무책임하게 미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둘째로, 현재 진행 중인 노사정의 입법 논의가 단순히 비정규노동에만 국한되기보다는 우리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개혁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비정규노동의 문제는 따지고 보면 노동 양극화의 한 측면에 해당되므로 또 다른 측면이라 할 수 있는 정규노동의 문제와 관련 지어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입법을 통해 양극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비정규노동의 남용과 차별을 엄격하게 규율·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데에 경영계와 정부가 협조해 주는 한편, 노동계는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상층에 위치하는 대기업 정규 노동자들의 고용경직성과 비용부담을 완화·개선하는 방향의 추가적인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적극 호응·화답하기를 당부한다.

이로써 비정규 근로자의 안정성 증진과 정규 근로자의 유연성 확대를 함께 구현해 나가는 소위 노동시장의 유연안정화(flexicurity) 개혁를 추진하려는 전략적 고려가 이번 정책협의에 제대로 담겨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셋째로, 비정규노동 보호 입법에 대한 노사정 대타협이 반드시 성사되기를 기대한다. 원청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의 경제 양극화, 일자리 없는 성장, 산업 공동화, 고령화·저출산사회화 등과 같이 산적한 국가 현안에 비추어볼 때, 이번 비정규노동 입법에 대한 노사정 협의는 작은 시작일 뿐이며, 이러한 사회경제적 난제들을 극복·타개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사정 공조체제의 구축이 요망된다. 비정규노동 입법에 대한 노사정 대타협은 노동시장의 재편을 촉진하는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하겠으나, 향후 우리 사회의 지속성장을 튼실하게 담보할 노사정 협력기반을 마련한다는 데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노사정이 이번 입법 논의를 통해 차별의 수렁으로부터 비정규 근로자를 구제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대타협의 소식을 전해주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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