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게 없다’지만 백화점에는 장애인은 없다. 장애인 스스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꺼리기도 하지만, 백화점이 장애인에 대한 배려에 지극히 인색하기 때문이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가운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유도블록과 점자 안내판, 지체장애인을 위한 무빙워크 등을 갖춘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이 외부에서 1층 입구까지 점자 유도블록을 설치한 게 전부다. 고객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맹인 안내견의 출입을 엄금하면서 따로 쇼핑 도우미를 두고 있지 않아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는 한 아예 쇼핑은 불가능하다.
장애인 주차공간과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 기초 편의시설도 태부족하다. 롯데백화점 소공점의 경우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전체 10개 층 가운데 2곳만 있고, 전용 엘리베이터는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는 등 유명무실하다. 또 휠체어를 대여하기 위해서는 4층 유모차 대여소 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유모차는 150대가 비치된 반면 휠체어는 1대 뿐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전체 337대 주차공간 가운데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7대에 그쳤으며, 장애인 전용화장실도 1개 층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아예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없이 리프트만 설치돼 있고, 전용 주차공간도 8대 뿐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할인점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현저하다. 국내 주요 할인점들은 출입구와 화장실에 장애인용 유도블록을 설치하고, 계단과 함께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게 경사로를 만들었다. 또 에스컬레이터 대신 무빙워크를 이용해 층간 이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장애인 주차공간을 매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마련했다. 고객만족센터에 휠체어를 배치하고, 장애인이 원하면 도우미가 언제든 쇼핑을 도와주고 있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관계자는 "동네 슈퍼는 비좁고, 지하에 위치한 곳이 많아 장애인들이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백화점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할인점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장애인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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