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1902~1934)의 ‘진달래꽃’ 출간 80돌을 맞아, 지난 주말 그의 모교인 서울 오산중학교에서는 ‘소월詩 축제’가 열렸다.
1부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학자들이 소월시의 숨은 의미를 찾아 기렸고, 2부에서는 잘 알려진 시인 성우 성악가 등이 나와 그의 시를 낭송하거나 노래했다.
행사는 200석 남짓의 작은 강당에서, 그나마 듬성듬성 자리를 비운 채 치러졌다. 준비에도 문제가 있었던 듯, 심포지엄 첫 주제 발표자로 호명된 한 국문학자는 "소월 시에 대한 강연을 부탁받아 왔는데, 와 보니 학술 심포지엄이다.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지만, 학술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준비한 게 없어 주제 발표를 하지 않겠다"며 주최측(계간 ‘시와시학’)을 꼬집은 뒤 단상을 내려가기도 했다. 그럭저럭 행사는 진행됐지만, ‘축제’의 흥(興)은 느끼기 힘들었다.
시는 태생이 노래이며, 더욱이 소월 시는 ‘읽으면 바로 노래’라고들 한다. 누구는 소월 시에 곡을 붙인 노래만으로도 공영방송 음악프로 하나쯤은 너끈히 채울 것이라고도 말한다. 12월에 출간된 시집의 80돌 행사를 4월에 앞당겨 치른 것도 좋은 날 많이 모여 더불어 노래하듯 즐기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자면 애당초 축제는 소월 시를 업으로 삼는 학자나 소수의 문화인들이 닫힌 공간에 모여 기념일 자축하듯 치를 일이 아니었다.
소월은 그의 행적이나 이미지로서가 아닌, 오직 시 자체로 우리 현대시의 상징 존재로 우뚝한 시인이다. 그 대선배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고 쉬는 오후 반납하고 외빈 길 안내에 동원됐을 소월의 어린 후배들은 ‘축제’의 어디에도 끼일 자리가 없었다. 다만 진달래 한그루만 화분에 담겨 단상 옆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었다.
최윤필 문화부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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