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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색 바뀌는 지폐/ 李씨 남성 일색 지폐인물 '교체땐 분란'우려 못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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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색 바뀌는 지폐/ 李씨 남성 일색 지폐인물 '교체땐 분란'우려 못바꿔

입력
200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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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에 쏙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작은 크기. 녹색 보라색 주황색 등이 어우러진 ‘멀티컬러’톤의 색상. 표면 여백엔 빛의 반사에 따라 무늬가 바뀌는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러나 근엄한 세종대왕의 얼굴은 그대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새로 나오게 될 1만원권 지폐를 가상한 모습이다. 위·변조 방지기능 강화를 위해 지폐도안의 전면개편을 주장하던 한국은행과, 소폭 보강만하되 기본적으로 현 지폐의 틀은 바꾸지 말자던 정부가 ‘등장인물 유지, 크기·색상 교체’쪽으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 등장인물 왜 못 바꾸나 = 지폐모델로 등장할 새 인물을 고르는 과정에서 엄청난 분열과 갈등이 초래된다는 점 때문에 재경부는 처음부터 ‘인물교체 반대’입장을 폈다. 지폐변경에 비교적 전향적 태도를 취한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인물교체는 불가"라고 밝혔다.

현재의 모델은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등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이(李)씨 남성들이다. 때문에 새 모델을 선정한다면 다른 성(姓)과 여성 배려가 불가피하지만, 이 과정에서 엄청난 분란이 예상된다. 한 당국자는 "율곡이나 퇴계를 배제한다면 해당 종친회에서 가만히 있겠느냐"며 "인물교체가 문중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모델의 1순위는 신사임당이다. 하지만 이 조차 여성계 일각에서 "전통적 현모양처 스타일은 현대 여성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으며 신사임당을 택한다는 것 자체가 남성중심적 사고"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일 만큼 인물선정은 합의도출이 어렵다.

일부 네티즌들은 독도나 광개토대왕을 집어넣자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일본 및 중국과 외교적 마찰거리다.

발권당국으로선 인물변경은 ‘잘해야 본전도 안 될 것’이 뻔하고, 시급하지도 않은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느니 크기나 색상변경 같은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쪽에 화폐개선의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 언제 어떻게 바뀌나 = 현재 우리나라 지폐크기는 1만원권 161ⅹ76㎜, 5,000원권 156ⅹ76㎜, 1,000원권 151ⅹ76㎜ 등이다. 전세계 은행권 평균 크기(148ⅹ70.5㎜)보다 훨씬 크고, 1만원권의 경우 미국 달러화(156ⅹ66㎜)보다도 크다. 크기가 작아야 이용하기 편리하고 제작비용도 저렴하고 자동판매기의 인식률도 높다.

현 지폐색상은 1만원권 녹색, 5,000원권 갈색, 1,000원권 보라색 등의 단색톤이다. 한은 관계자는 "각국 은행권은 화려한 멀티컬러로 가는 추세로 녹색과 보라계통이 가장 선호된다"며 "복합색조를 이용할수록 시각적으로 보기 좋고 위폐방지 효과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위조방지장치로는 홀로그램, 형광잉크, 레이저 인쇄 등이 적용된다. 현재 화폐엔 홀로그램등을 넣을 여백이 없어 인물은 유지하더라도 문자 숫자 그림 등의 전면적 재배치가 불가피하다.

3종의 지폐를 ‘원샷’으로 바꿀지, 위조지폐가 가장 많은 5,000원권부터 바꿀지도 논란거리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에선 한 종류씩 바꿔가고 있지만, 이 경우 자동판매기 센서 등을 매번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한꺼번에 새 은행권을 찍어내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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