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당시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독일과 옛 소련, 폴란드의 참전용사들이 60년 만에 다시 만나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16일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州) 내 폴란드 국경지역인 제로버 회헨에서는 독일 정부와 교회 지도자, 러시아와 폴란드 대사, 양측의 참전용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로버 회헨 살육 희생자 60주년 추모식이 열렸다.
제로버 회헨은 1945년 4월16일 나치 독일군과 소련 적군(赤軍) 간 벌어진 2차대전 최대 격전지다. 현 폴란드와 독일을 가르는 오데르강 주변에 있는 제로버 고지(高地)는 당시 최대 전략적 요충지로, 독일군과 러시아군은 모두 110만 명의 병력과 수천 대의 탱크 등을 동원해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고지 쟁탈전은 4일만에 소련군의 승리로 끝났으나 양쪽에서 사망자가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참혹했다.
89년 동서독 통일로 동독이 소련 공산통치에서 벗어난 뒤 이 지역에서는 당시 소련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동상을 없애자는 논란이 일었다. 동상에는 러시아어와 독일어로 "당신은 전쟁과 파시즘으로부터 우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희생했다"는 독일 국민에는 자극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다. 독일 국민들은 그러나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며 동상을 계속 유지키로 결정했다.
독일 언론들은 "과거에 대한 열린 자세가 당시 죽음으로 맞섰던 양측 참전용사들이 60년만에 손을 맞잡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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