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텔리니는 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는 아니지만 CEO로서 탁월한 적임자다." 인텔의 창업 멤버 중 하나인 고든 무어는 최근 이례적으로 새 최고경영자(CEO) 경력을 두둔했다.
전임 CEO들은 펜티엄 프로세서로 유명한 회사답게 과학기술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운 엔지니어 출신이어서 비 전문가가 첨단기업의 새 사령탑을 맡는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달 18일부터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제5대 사령탑을 맡게 되는 오텔리니(55·사진)는 이 회사 최초의 비(非) 이공계 출신 CEO다.
오텔리니는 샌프란시스코 대학을 졸업한 후 UC 버클리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4년 인텔에 입사한 후 세일즈 및 마케팅 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2년 1월부터 직전까지는 최고운영자(COO)로 활동하면서 인텔 내의 아키텍처 그룹을 운영했다. 아키텍처 그룹은 인텔의 핵심인 프로세서와 칩셋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곳이다.
스스로를 ‘프로덕트 가이’라 칭하는 오텔리니는 소매를 걷어붙이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인텔 창고에서 직접 지게차를 운전하기도 했다. 이런 돌파력으로 최근 인텔을 위기해서 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경쟁사인 AMD와의 대결에서 자사 펜티엄 4 프로세서가 성능에서 밀리자 대신 캐시 메모리를 이용한 기능 향상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을 결정한 것이다. 이후 기가헤르츠(GHz)로 상품명이 붙던 프로세서의 명칭법이 그로 인해 바뀌기까지 했다.
그는 또 인텔의 듀얼코어(하나의 칩 안에 두 개의 프로세서를 넣는 것) 전략을 최초로 공개했다. 1월에는 디지털 의료기술,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홈, 모바일 등 5개 신규 사업부를 출범시키며 종합 디지털그룹화를 추진해 조직에 새 바람을 넣었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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