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 방식만 바꿔도 내신 성적이 올라간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의 채점 방식에 따라 원점수가 같더라도 표준점수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어려운 문항일수록 배점을 높게 하는 이른바 ‘순배점’ 방식으로 시험을 치를 경우 같은 시험이라도 상위권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바뀌는 입시제도에 따라 2008학년도 대입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약해지고 내신성적이 중요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일선 고교에서 현재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중간·기말 고사에서 순배점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학교측이 내신 9등급만으로는 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기가 어려워 내신성적에 학생들 평균과 표준편차를 적용한 표준점수로 전환해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일학원은 최근 학원 수강생 100명을 대상으로 25문항씩 총 10회에 걸쳐 시험을 실시한 뒤 이를 ▦고난이도 문제에 고배점을 하는 순배점 ▦모든 문항에 배점을 같게 하는 동배점 ▦고난이도 문제에 저배점을 하는 역배점 방식 등 총 3가지 방식으로 달리 해 채점을 했다.
10개의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3가지 채점 방식에 따른 각각의 표준점수를 산출한 결과, 상위 1% 학생의 경우 동배점을 적용한 표준점수는 70.2점, 역배점은 67.3점인 데 반해 순배점은 74.1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4%(내신 1등급), 11%(내신 2등급) 수준의 학생들에게서도 마찬가지였으며 순배점이 불리해지는 것은 40% 이하에서였다. 또 같은 순배점 채점 방식에 있어서도 난이도가 높았던 시험에서 상위권의 표준점수가 더 많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일학원 신영 이사는 "대학측에서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상은 주로 40% 이내의 중상위권 학생들이기 때문에 순배점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다고 해서 하위권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 이사는 "표준점수 몇 점 차이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고교 3년 동안 누적될 경우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며 "지금부터 고1 학교 시험에서 순배점 방식으로 채점을 하고 문제도 다소 어렵게 출제해야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유리해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구체적인 순배점 방식에 대해 "문제를 출제하면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에 미리 높은 배점을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학생들이 틀린 문제(어려운 문제)에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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