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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IT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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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IT 시위

입력
2005.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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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사회와 역사를 바꾼다. 증기기관 발명에 의한 산업혁명이 부르주아(자본가) 계급을 낳았고, 그들이 시민혁명으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나아가 ‘근대’를 일궈냈다. 20세기 들어 과학기술혁명이 인류의 존재양식을 크게 바꾼 데 이어 세기말에 시작된 정보기술(IT) 혁명은 지금도 나날이 세상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인터넷이 열어 준 정보와 의사소통의 드넓은 바다는 도무지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 ‘정보의 바다’에서 살진 고기를 낚아 올리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허우적거릴 뿐이다.

■ 기술은 의견을 만들고, 모아서 증폭시킨다. 직접 ‘의견을 만들고 모으는’ 기술이라면 폭발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금속활자 인쇄술 없는 종교개혁은 생각하기 어렵다. ‘공산당 선언’ 유인물 없는 사회주의 혁명도 마찬가지다. 라디오와 아돌프 히틀러, TV와 존 F 케네디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의견이 만들어져 모인 것이 바로 여론이다. 여론은 형성 참여자들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형성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폭발력은 커진다. 정보 전달이나 의사소통 기술은 늘 여론의 폭발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보해 왔다.

■ 중국 당국은 주말의 반일 시위를 앞두고 과격한 주장을 펴는 인터넷 사이트 단속에 나섰다. 과격 행동을 호소하는 사이트의 접속을 어렵게 하고, 사이트 운영자가 ‘과격 행동’을 촉구하는 순간 화면이 표시되지 않도록 하고, 게시판의 댓글까지 삭제하고 있다. 상하이(上海) 시 당국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주말의 시위 정보는 거짓 선동’이라고 밝히는 한편 시위에 참가하지 말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하고 있다. 완전한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인터넷에 대한 이런 규제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 인터넷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IT 시위’의 본격화는 중국 당국에 이미 무거운 짐이다. 인터넷 여론몰이의 폭발성, 일도양단(一刀兩斷)의 논의구조 등으로 보아 언제든 체제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정치적으로 닫힌 사회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한국은 인터넷 여론몰이와 ‘IT 시위’의 선진국이다. ‘효순·미선 양 사건’ 당시의 촛불 시위에서 움튼 ‘IT 시위’가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IT 시위’의 동원력은 칭송되는 반면 동전의 반대쪽인 포퓰리즘적 소용돌이 현상의 위험성은 간과되고 있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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