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엘의 일기’의 저자인 스위스 철학자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은 일기를 일컬어 "인간의 위안이자 치유, 영원과 내면의 대화, 펜을 든 명상"이라고 말했다. 다소 거창하게 들리지만, 일기를 쓰고 있는, 혹은 한때나마 진지하게 써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말이다.
‘할말이 많아요2’은 호주 작가 존 마스든이 일기 형식을 빌려 청소년들의 고민과 아픔, 우정과 사랑 등을 섬세하게 담아낸 성장소설이다. 교사 출신인 저자의 첫 작품 ‘할말이 많아요’(1987)의 후속편으로, 전작에 마리나의 친구로 등장했던 리사가 주인공이다.
열 일곱 소녀 리사는 작문 과제 때문에 난생 처음으로 일기를 쓴다. "일기란 이렇게 쓰는 건가요, 린델 선생님? 터널 속의 기차처럼 덜컹거리는 거예요?" 일기 쓰기가 영 마뜩찮아 얄미운 친구 험담, 기숙사에 대한 불평 따위만 늘어놓던 리사. 하지만 점차 상처투성이 친구 마리나에 대한 연민, 남자친구와의 입맞춤, 이혼한 아빠의 새 여자친구에 대한 분노 등 가슴 속에만 담아둔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간다.
"이 세상에서 난 이해 못하는 게 너무 많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중요한 것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중략) 언젠가는 사람들도 내 감춰진 이면을 사랑해줄 날이 올 거예요." 어른이 되어가는 리사의 고백을 통해 저자는 일기가 그저 자잘한 일상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공간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장임을 일러준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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