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대사가 730억원대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일부 부동산을 위장전입을 통해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1980년께 부친이 본인 명의로 경기 이천시의 농지를 매입했고, 84년에는 부인의 주소를 같은 지역에 위장전입해 농지를 추가 매입했다는 것이다. 2001년에는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의 경기 양주시 별장 부지에 포함된 농지를 모친을 위장전입시켜 구입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등이 부동산문제로 낙마한 게 불과 얼마 전인데 또다시 고위공직자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홍 대사는 국내 관보를 통해 자신의 재산등록 내역이 공개되기에 앞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이러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국민께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또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아 몰랐다" "무관심했다" "죄의식이 없었다" "불가피했다" 는 등의 말로 비껴갔다. 그러나 그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국민들은 비슷한 사유로 물러난 공직자들과 뭐가 어떻게 다른지를 납득하지 못한다.
최근 일련의 ‘사퇴 도미노’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도덕성의 잣대는 그만큼 높아졌다. 그런 관점에서 청와대가 "홍 대사 재산문제 검증과정에서 위장전입을 파악했으나 결격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와 국민 사이에 공직자의 도덕성을 둘러싼 괴리가 여전함을 실감케 한다. 인재풀을 한정해 놓고 지나친 온정주의에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고위 공직자는 훨씬 강한 준법정신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물론 공직자라고 모두 청백리의 상징인 황희 정승처럼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깨끗함은 공직을 수행하기 위한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홍 대사 문제도 일관되고 엄격한 도덕성 기준에서 봐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