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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獨 도서전과 우리 알리기

입력
2005.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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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앞으로 6개월 후면 독일에서 열린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가장 규모가 큰 도서전이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 운영위원회에서는 2년 전 2005년도 주빈국으로 한국을 선정했다. 그런데 그때 선보일 한국책을 출간해 줄 외국 출판사가 없어 약 40%의 책을 국내에서 출판하기로 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히는 일이다. 외국에서 출판될 책도 다수가 무명 출판사에서 간행될 것을 고려하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준비가 난항을 겪고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는 그 동안 우리 문학이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너무나 소홀히 해 왔다. 외국의 문서나 교과서는 물론이고 인터넷 사이트에도 독도 지명 표기, 한국사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올라 있는 것을 보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우리 알리기에 무심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문학은 1970년대까지 고전문학을 중심으로 번역되었을 뿐 장르 전반에 걸쳐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못하였다. 80년대에 들어 비로소 문예진흥원의 한국 문학 번역 지원 사업이 시작되었고, 88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문학을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리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92년에 대산재단이 설립돼 번역 지원 사업을 하기 시작했고, 96년에 한국문학번역금고가 출범해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참여했다.

반면 90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이었던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부국강병을 목표로 구미 문화 섭취에 열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문학과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일에도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1968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을 번역해 널리 알려지면서 가와바타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우리가 대표적인 문학작품 하나 해외에 소개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그들은 노벨 문학상까지 거머쥔 것이다.

근대의 문호 나쓰메 소세키에서부터 현대의 오에 겐자부로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작가가 탄생된 배경에는 그들 스스로를 해외에 알리려는 각고의 노력이 있었던 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90년 당시 일본은 주빈국으로서 1만 5,000여 권의 번역서를 선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 고작 1,000여 권 정도를 출품할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조직위원회에서 선정한 ‘한국의 책 100’을 번역하여 출간하려고 해외 출판사를 섭외하고 있으나 거절당하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젠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해외 홍보를 위해서도 선정된 책이 최대한 해외의 출판사에서 출간될 수 있도록 문화관광부와 조직위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번역 출판 지원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고, 양질의 번역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도 확대돼야 한다. 특히 외국 문학 한국어 번역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태이므로 한국 문학을 번역하여 해외에 알리는 쪽으로 번역의 방향도 선회시켜야 한다.

번역은 우리 문학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떠한 연구 성과보다도 가치를 인정해 주는 풍토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김정훈 전남과학대 관광통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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