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은 매우 원칙적이고 이상적이다. 국회에 제출돼 있는 정부 법안이 비정규직 차별해소에 충분치 못하므로, 법안수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인권위는 노동계가 요구해온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명문화할 것 등을 주문했다. 정규직에 비해 평균 65%의 임금을 받으며 차별대우를 받는 540만 비정규직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당연히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으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인권위 의견이 노동시장을 더 경직화시켜 궁극적으로 실업을 양산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의 주장을 나름대로 현실성 있게 조율해 가며, 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희망해 온 정부도 매우 당혹스럽고 부담스럽게 되었다.
빈부의 양극화 현상 속에서 고통받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자 하는 인권위의 고유 역할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경제현실을 너무 단순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비정규직의 증가가 세계적 추세처럼 된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우리 노동계와 재계는 몇 년째 대립해 오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또는 철저한 보호는 엄격한 채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제한하게 된다. 많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압박하여 비정규직조차 구하기 어려운 사태를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의 의견은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노·사·정 간의 대화 분위기가 성숙해 가는 가운데 제기되었다. 정부는 인권위 의견을 존중하여 다시 한번 폭넓게 비정규직 보호문제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또한 현실성·합리성도 중시해야 한다. 이제 국회 처리보다는 먼저 노사정위원회의 토론과 협상을 기다리는 게 순서일 것이다. 비정규직의 고통을 하루빨리 덜기 위해 노사정위가 협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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