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코리아 게이트’의 주역 박동선(70·사진)씨가 국제 로비스트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다 다시 추락했다. ★관련기사 5면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14일 "박씨가 90년대 중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치하의 이라크 정부를 위해 유엔의 ‘식량을 위한 석유(Oil for Food) 프로그램’이 채택되도록 유엔 관리들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한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이라크에 대해 유엔 관리 아래 식량과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석유 수출을 일부 허용한 정책이다.
데이비드 켈리 연방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라크는 96년부터 2003년까지 박씨가 중재해 마련한 조건으로 막대한 석유를 팔았다"며 "박씨가 이라크로부터 최소한 200만달러를 받았으며 이 중 상당부분은 유엔 관리들에게 제공됐다"고 밝혔다. 박씨에게는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며 한국에 체류 중인 박씨 인도를 위해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켈리 검사는 덧붙였다.
박씨 외에도 텍사스 석유기업 베이오일의 데이비드 찰머스 대표와 불가리아 출신의 루드밀 디오니시에프, 영국인 존 어빙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로비의 무대가 미 의회에서 유엔으로, 로비의 대상물이 쌀에서 석유로, 로비의 요청자가 박정희 정권에서 후세인 정권으로 바뀌었을 뿐 박씨 로비의 행태는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사 발표문에 따르면 박씨는 로비스트 등록 없이 이라크와 유엔 고위 관리를 연결하는 활동을 했다.
뉴욕타임스는 "박씨가 이라크에서 받은 돈 중 100만달러를 유엔 고위 관리의 아들이 설립한 캐나다 회사에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동방의 겟츠비’‘동방의 오나시스’등 박씨의 과거 별명을 들먹이며 "박씨가 다시 로비사건의 중심으로 돌아왔다"고 주목하고 있다.
‘코리아 게이트’란 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박씨가 미국 정치인들을 상대로 불법선거 자금 85만 달러를 제공하며 박 정권 지지를 로비했던 사건으로 한미 관계를 크게 악화시켰었다.
박씨는 런던에 본사를 둔 무역 컨설팅업체인 파킹턴사의 회장으로 있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자신이 설립한 워싱턴의 사교클럽인 ‘조지타운 클럽’에 언론인과 지인들을 초청, 시베리아 천연 가스관 사업과 파나마 운하 확장 사업, 체르노빌 원전 정화 사업등에 관여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한편 2일 국내에 입국했던 박씨는 9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가 14일 오전 귀국했으며 그날 오후 다시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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