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 ‘이면합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당국과 농민단체 간에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당시 협상단에 참여했던 민간대표에게조차 그 같은 사실이 감춰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쌀 협상 부가합의서 원문을 국회의원들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번 사안의 휘발성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크게 비화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일종의 방화벽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 민주당 한화갑 의원, 민노당 강기갑 의원, 자민련 김낙성 의원 등 야권 4당의 농촌출신 의원들이 18일 오전 회동해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정조사 착수에 필요한 의원 수는 75명이어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동참하지 않는다 해도 국정조사가 성사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마늘협상 등 외국과의 농업협정 때마다 불거져온 이면 합의 우려에 대해 지난해 정부는 ‘이번 협상만큼은 쌀 이외의 것이 없다’고 수 차례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결국 정부가 부가적 협의 사항을 받아들인 것으로 밝혀진 만큼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엄격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의원은 정부가 쌀 협상을 하면서 다른 작물에 대해 별도로 합의한 것이 통상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과 관련, 다음주 중 법률 전문가 및 학자들을 불러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토론회에서 ‘통상법 위배’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올 경우 정치권 공세에 탄력이 더해져 정부가 상당히 곤궁한 지경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될 쌀 협상 합의문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것 외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번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농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는 15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지금까지 ‘이면 합의는 없다’고 주장하다 뒤늦게 이를 밝히고 변명을 늘어놓는 모양새는 한중 마늘협상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며 "국회는 국정조사를 실시해 쌀 협상 이면합의에 대해 철저하게 규명할 것"을 요구했다.
전농 관계자는 "농민 단체가 추천한 민간 대표에게 부가적 합의에 대해 알리지 않은 것은 결국 이 협상에 ‘이면합의’가 있다는 증거"라며 "18일 ‘농민총파업 투쟁 선포식’을 갖고 외교통상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의 쌀 협상 책임자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업농중앙연합회 신명운 정책부의장은 "분명히 부가적 합의가 있었음에도 민간대표에게 내용을 공개치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투명성을 강조해온 정부가 또다시 농민을 속였다는데 대한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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