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일반 국민이 재판부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배심·참심제 혼용형 재판에서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에서 배제되고 오로지 피고인과 증인의 법정진술이 유·무죄 판단의 근거로 쓰일 전망이다.
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첫 공판이 열리기 전 검찰측의 수사서류나 증거물을 볼 수 있게 하고 검찰이 합리적 이유없이 이를 거부할 경우 아예 증거로 제출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서 ‘국민의 사법참여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배심·참심제 혼용재판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법원, 검찰, 학계 인사로 구성된 사개추위 내 기획추진단이 합의한 이 방안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음달 사개추위 본위원회에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2007년부터 배심·참심제 재판을 시범 운용한 뒤 2012년부터 본격적인 한국형 배심·참심 재판을 시행키로 합의한 바 있다.
기획추진단은 우선 현행 재판이 각종 서류증거를 광범위하게 인정해 수사기관이 지나치게 ‘자백’에 집착하도록 만들고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조서 중심의 재판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판사 앞에서 직접 말로 증명해야 한다는 형사재판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고 검찰 등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동의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의견을 모았다.
또 영미법계 국가에서 시행 중인 제도를 참고해 피고인측에서 첫 공판 전에 검사에게 수사서류나 증거물의 열람·등사를 신청하면 검사는 원칙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다만 국가 안전침해나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를 인정하되 이 때에도 결정권은 법원에 있으며 검찰이 법원의 허용 결정에 응하지 않으면 이 서류나 증거물은 법원에 제출하지 못하게 했다.
기획추진단은 또 현재 첫 공판에서 검사가 피고인을 신문하는 ‘피고인 신문제도’도 폐지하거나 신문순서를 변경하는 등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이 첫 공판에서 검찰 신문부터 당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재판부의 일원으로 참여한 시민들은 피고인의 위축된 태도를 보고 ‘뭔가 잘못한 일이 있으니 변명하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받게 돼 피고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조성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기획추진단은 재판부로 참여하는 일반인의 자격을 주민등록 전산자료에서 무작위 추출한 ‘만 20세 이상 국민’으로 확정하고, 정식 명칭이 확정될 때까지 ‘참여시민’으로 지칭키로 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참여시민의 수와 법정에서의 참여시민·검찰·변호인의 위치, 평의·평결 방식 등은 추후 논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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