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이 성성한 83세의 미국인 노장 파일럿 클라이드 랭씨가 환갑이 다된 비행기를 몰고 지난 9일 한국에 왔다.
대한항공이 1950~60년대 국내에서 주력 기종으로 사용한 미 록히드사의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 1대를 최근 인수했기 때문. 그는 15일 "비행 경력 58년 만에 처음 방문한 한국에 정든 자식 같은 비행기를 몰고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항공기는 61년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위원장이 해외순방 때 사용한 최초의 대통령 전용기(코드 원)이자 베트남전 때는 인력과 군수물자를 베트남 현지로 수송했던 기종이다. 하워드 휴즈가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한항공은 회사 발전의 역사가 깃든 이 기종을 영구 전시하기 위해 수년간 수소문 끝에 미국에 딱 4대 남은 것 중 화물 수송용으로 쓰던 1대를 들여왔다. 이 항공기의 나이는 57세. 보통 항공기 수명은 30년으로 잡는다.
랭씨가 이번에 기장으로 발탁된 것은 콘스텔레이션을 몰 수 있는 파일럿이 흔치 않았기 때문. 그는 "이 기종은 록히드사가 856대를 생산해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지만 나로서는 비행을 처음 시작한 2년 뒤부터 5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비행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도 에어쇼에 참가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이번 비행은 8박 9일이나 걸렸다. "신형기는 13시간이면 거뜬한데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4박 5일로 잡았던 일정이 8박 9일로 늘었습니다." 인천공항에 착륙할 때도 3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다.
한국에 온 콘스텔레이션기는 부산의 대한항공 항공기 도색공장에서 60년대 당시의 흰색으로 바뀐다. 그리고 18일 오후 랭씨가 직접 부산에서 제주로 비행기를 몰고 가 제주 비행훈련원에 전시한다. 그는 "언젠가 이 비행기를 보러 다시 한국에 날아오겠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