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자를 이기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것이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실시간으로 무한경쟁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후기자본주의 시대를 기신기신 헤쳐나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공맹(孔孟)의 가르침처럼 이상적이지만 다소 공허하게 느껴지는 명제다. 그러나 김위찬 프랑스 인시야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그의 동료인 르네 마보안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프랑스의 월간경제지 ‘렉스팡시옹’(L’expansion)에 의해 세계의 경영 구루(스승) 공동 1위로 선정된 두 사람이 보기에 대다수의 기업은 낡은 경쟁의 패러다임인 ‘붉은 바다’(Red Ocean)에 풍덩 빠져 있다. ‘붉은 바다’는 기업들의 무한 경쟁으로 피 튀기는 시장을 의미한다. 그 바다는,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경쟁으로 인한 가격경쟁 심화로 이익이 줄어들고 차별화는 무망해지고 있으며 ‘독점’과 ‘틈새’란 말이 날로 자취를 감추고 있는 포화상태의 시장이다.
기업들은 이 레드 오션에서 살아 남기 위해 20세기 경영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채 경쟁자들과 전쟁을 벌인다. 경쟁업체를 벤치마킹하고 고객에게 서비스 공세를 퍼붓고,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전략에 열을 올리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엇비슷한 제품과 서비스의 홍수 속에 상품에 대한 미각을 상실한 소비자들뿐이다.
레드 오션에서 신속하게 탈출해, 아직까지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오염되지 않은 시장인 ‘블루 오션’(Blue Ocean)으로 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쟁자를 이기는데 집중하는 대신, 구매자와 회사를 위한 가치 도약을 이뤄 새로운 비경쟁 시장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경쟁 자체에서 벗어나는 가치혁신을 이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차별화와 비용절감이 동시에 이뤄진다. 바로 21세기 새로운 경영학 패러다임인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이다.
퇴락한 서커스 산업에서 경쟁자들의 고객을 뺏는 대신 서커스를 연극적이고 심미적인 복합 공연으로 끌어올리는 새로운 정의를 통해 1984년 설립 이래 캐나다 최대 문화산업 수출 업체가 된 시르크 뒤 솔레이유. 일반 소비자에게 강압적이고 가식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던 와인을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알코올의 한 종류로 재해석해 1인당 와인 소비량이 세계 31위에 불과한 미국에서 새로운 와인시장을 만든 옐로 테일. 1980년 세계 최초로 24시간 실시간 뉴스 방송을 시작한 CNN, 시스코시스템스, 컴팩, 스타벅스, 사우스웨스트항공…. 15년 이상의 연구와 1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산업의 분야를 망라한 폭 넓은 성공사례 분석을 통해 저자들은 거창한 명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한달 만에 전미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25개 언어권 100개국에 번역 계약된 ‘블루 오션 전략’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은 뜨겁다. 성장엔진의 둔화와 중국의 급격한 추격 속에서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다가 이 책을 읽고는 원서 2권을 가져와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전했고 노 대통령은 이를 탐독했다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 김쌍수 부회장, KT 이용경 사장, 신박제 필립스전자 사장 등 재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붉은 고해(苦海)를 벗어나 새로운 ‘피안의 시장’으로 진입하기를 기원하는 기업가와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인 혜안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생존의 정글’ 속에서 퇴로마저 막힌 채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개인들에게도 경쟁 대신 새로운 의미 창출을 통해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도 더불어 선사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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