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 군인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여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더라도 이후 예상치 못한 손해가 추가로 발생했다면 국가는 추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군무이탈로 경기 연천군 육군 모부대 헌병대 영창에 수감돼 있던 이모 이병 등 2명은 2000년 12월 감시카메라가 고장 난 틈을 타 2.7m 높이의 담을 넘어 탈영했다. 이들은 감시를 피해 부대에서 1㎞ 가량 떨어진 A(당시 28·여)씨 집에 숨어 들어가 은신하고 있다가 새벽 2시께 도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엌에서 흉기를 집어 들고 A씨가 자고 있던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잠에서 깬 A씨를 흉기로 위협해 현금 등을 빼앗고 2시간 동안 A씨를 강제 추행했다. 사고 이후 A씨는 정신적·육체적 충격으로 당시 상황이 재현되는 악몽과 공포심에 시달리고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였다.
A씨는 2001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국가의 영창시설 및 수용자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A씨에게 2년간 치료비 등 7,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며,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그러나 2년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완치되지 않자 2003년 국가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냈고, 국가는 한번 확정판결이 내려진 동일사건에 대해 다시 소송을 낼 수 없도록 한 민사소송법을 근거로 치료비를 더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이승철 판사는 15일 "이전 소송에서 사고일로부터 2년간의 치료비만 인정한 건 사실이지만, 이는 2년 후에도 계속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정할 수 없어 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의사 소견에 따라 향후 1년간 입원치료비와 1년간 외래치료비 4,800여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치료비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나의 소송으로 처리해야 하나, 이전 소송 종결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손해가 소송 종결 후 새로 발생했다면 별개의 소송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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