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본점 말단 직원이 은행돈 400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하다 원금 대부분을 날린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중부경찰서는 15일 전산조작을 통한 계좌이체 수법으로 회사공금 400억원을 빼돌린 C은행 본점 자금결제실 대리 김모(31)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C은행 자금결제 업무를 담당하던 김씨는 지난해 11월 주식투자로 재산을 몽땅 날리자 올 1월17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누나 2명의 이름으로 이트레이드증권에 증권계좌를 개설한 후 1회에 5억~70억원씩 16차례에 걸쳐 은행 ‘기타 차입금’ 계정에서 400억원을 빼돌려 입금한 혐의다.
입사 5년차인 김씨는 누나들의 계좌에 이체된 자금을 선물·옵션 등 투기성이 짙은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333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누나 1명의 계좌에 남아 있는 나머지 67억원 상당의 주식은 지급정지된 상태다. 불과 3개월 만에 원금의 83%를 날린 셈이다.
김씨는 중소기업자금 등 은행 대외차입금의 일부를 수차례에 걸쳐 상환하는 것처럼 속여 자신이 개설한 가족 명의 계좌에 입금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통 은행간 자금이 이동할 때 ‘한국은행 자금결제망(BOK 와이어)’를 사용하는데 김씨는 타 부서가 다른 곳에 자금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이체 지시서’ 메일을 위조한 뒤 상사의 결재를 받아 자금을 증권계좌로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이번 사건은 은행의 대규모 자금이 개인 증권계좌로 여러 차례 들어오고, 손실이 많은 점을 수상하게 생각한 이트레이드증권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C은행은 자체감사를 벌여 이 사실을 확인, 경찰에 고발했다.
금융감독원은 C은행에 5명, 이트레이드증권에 3명의 검사반을 즉각 투입, 조사에 들어갔으며 관련자 및 감독자에 대해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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