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국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쌀 협상단에 민간대표 초청 형식으로 참여시킨 경북대 김충실 교수(WTO협상 범국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조차 중국산 과일 수입검역 등과 관련한 별도 합의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밝혀져 정부가 고의로 이를 숨기려 했다는 논란이 거세지게 됐다. 아울러 농림부가 부가 협상에 관한 언질을 꺼내기 시작한 시점(지난해 12월 중순 이후)은 김 교수가 협상단과 마지막으로 동행한 8차 협상을 마친 이후이어서 정부가 민감한 막바지 협상에 정작 민간 대표를 배제했다는 의혹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교수는 14일 "당시 협상책임자들은 ‘중국 등이 쌀 이외의 것들을 요구해 애를 먹고 있다’는 등의 진행상황을 수시로 내게 알려주었다"며 "협상책임자들은 ‘하지만 쌀 협상을 다른 것들과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입장을 내게 강조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나는 당시 민간대표 신분이었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까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협상단의 일원이었다"면서 "협상당국도 내게 수시로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협상전략 등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중국과의 마지막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협상단에 참여했던 김 교수는 "미국, 중국과의 협상이 가장 규모가 컸고 당시에는 정부가 ‘쌀 협상 별도 분리’ 원칙을 내세웠기 때문에 그 후에 추가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각국과의 쌀 협상과 세계무역기구(WTO) 검증이 마무리된 후에야 별도합의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해 김 교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협상의 ‘굵은 줄기’가 마무리된 12월 이후, 이들 국가가 우리나라의 뜻을 어느 정도 수용해준 것에 대해 말 그대로 ‘추가적이고 수락 가능한 양허’ 차원의 양보를 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정작 농민들이 관심을 갖던 ‘추가적 협의’에는 민간 대표를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김 교수는 "WTO 검증이 마무리되기 전에 이미 각국간 합의가 돼 있었으나 이를 공개하면 국내 여론이 너무 악화될 것을 우려, 공개를 검증 후로 미뤘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별도 합의 내용이 농림부 주장대로 농가에 사실상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해도, 공개 시 불러올 여론 악화가 검증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에 쉬쉬했을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농민들은 협상 내용 자체보다는 정부가 쌀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가합의 내용을 투명하고 명쾌하게 밝히지 않은 것에 분개하는 것 같다"면서 "세계에 유래 없는 ‘20년간의 관세화 유예’라는 어려운 협상을 이끌어내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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