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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불·흙·예술혼의 축제' 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광주·여주서 23일 막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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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불·흙·예술혼의 축제' 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광주·여주서 23일 막올라

입력
200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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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인류발전의 원류이다. 이집트문명을 탄생시킨 나일강이 그렇고, 메소포타미아문명을 잉태한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그랬다. 황허강과 갠지스강이 중국과 인도의 찬란한 문화를 번성시켰다면 한국에는 한강이 있다.

북한강도 있지만 한강의 원류는 남한강이다. 북한강보다 길다는 것이 이유이다. 하지만 원류와 지류의 차이는 크다. 온갖 카페촌과 러브호텔이 밀집한 북한강과는 달리 남한강변은 차분하다. 고요히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남한강은 조선시대 여주와 광주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를 한양으로 실어 나르던 길이었다. 사옹원 분원이 있던 광주는 왕실에 납품하는 왕실도자기가 발달했고, 태백산맥, 차령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잡은 여주는 점토와 백토, 고령토 등 도자기 원료의 질이 좋아 생활도자기가 발달했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은 변했다. 강이 해오던 길 역할을 곧게 뻗은 도로가 접수했다. 영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3번국도가 남한강을 대신하고 있다. 길의 쇠퇴는 문명의 쇠퇴로 연결된다. 길을 잃은 여주와 광주의 위세가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세 길의 중심에 자리잡은 이천은 광주와 여주가 누렸던 도자문화의 명성을 고스란히 잇고 있다. 전국의 내로라는 도공들이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이천에 터를 잡았다. 이천이 한국 전통도자문화의 맥을 잇게 된 것도 순전히 길 때문이었다. 이천쌀의 인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교통여건이 나아지면서 광주와 여주에서 도자문화의 맥을 잇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건강한 경쟁관계, 한국 도자문화의 앞날이 밝다는 청신호이다.

'불과 흙의 잔치'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23일부터 6월19일까지 이천, 광주, 여주지역 행사장에서 분산 개최된다. 제각기 특성을 가진 세 지역의 도자문화를 비교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이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독특한 도자문화도 감상할 수 있다.

흔히들 도자기는 도공의 손에 의해 빚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공의 생각은 다르다. 흙을 반죽하고 유약을 바르고, 무늬를 새기는 것은 그들의 일이다. 하지만 1,300도를 넘나드는 가마에 들어간 도자기가 불속에서 어떤 형태로 빚어지는 지는 불과 도자기만이 알 수 있다. 그들은 단지 기다릴 뿐이다. 산고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어렵게 탄생한 도자기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날이 멀지않다. 생명이 숨쉬는 현장으로 떠나보자.

이천=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도자비엔날레 | 4대 기획전 - 세계 국보급 청자 200여점 감상

올해 도자비엔날레의 주제는 ‘문화를 담는 도자’이다. 도자에 담겨진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고, 도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통해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엿본다는 것이 취지이다.

이에 걸맞는 4개의 기획전이 우선 관심을 끈다. ‘세계현대도자전(이천)’에는 한국, 미국, 유럽, 호주 등 전세계의 유명 도예작가 30명이 작품을 내놓았다. 안토니 곰리(영국)의 ‘몸의 은유’를 보자. 1만여개의 얼굴모양을 한 도자기가 50평가량 공간을 가득 메웠다. 피에트 스톡만(벨기에)은 ‘매제를 넘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통해 그릇에서 인체까지 도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고 있다.

유능한 작가발굴과 육성을 위해 도입된 ‘국제공모전(이천)’에는 67개국 1,430명의 작가가 참여, 화제를 낳았다. 대상을 차지한 필립 바드(스위스)의 ‘얼굴모양용기’ 등 3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세계청자전(광주)’은 전세계에서 모인 국보급 청자 200여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관심을 끈다. 특히 청자의 종주국인 중국 청자와 고려청자의 미를 비교 전시하고, 재료와 유약의 성분분석을 통해 차이점을 알아보는 시간도 제공된다.

‘세라믹하우스 Ⅱ(여주)’는 전 세계의 작가 20여명이 출품한 도자기 100여점이 실생활에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공간연출가 김백선씨가 전실과 거실, 서재와 주방, 침실과 욕실, 휴게공간 등으로 공간을 분류하고 이에 어울리게 작품을 전시한다.

행사기간동안 다채로운 공연과 이벤트도 마련된다. 세계 유명 도예가가 현장에서 도자기를 직접 빚는 도자퍼포먼스, 화려한 음악과 조명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영상쇼 ‘도자버라이어티쇼’, 빛과 소리의 연출에 불꽃놀이가 가미되는 ‘도염천고’, 도자식기 세면기 항아리 등 도자기를 타악기로 활용하는 ‘세라믹 두드락’ 등이 대표적이다.

관객이 만든 작품을 진열하는 ‘토야플라자’, 도예연구자가 합동으로 제작하는 ‘클레이올림픽’, 행사장에 마련된 가마에서 섭씨 1,200도 이상 고온으로 즉석에서 구워 완성한 높이 6m 규모의 초대형 도자하우스 ‘세라믹 캐슬 즈엄집’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된다. 문의 세계도자기엑스포(031-631-6509), 이천세계도자센터 (631-6507), 광주조선관요박물관(797-0614), 여주세계생활도자관 (884-8715). www.worldceramic.or.kr

■ 이천·여주·광주 | 볼거리 뭐있나 고찰앞‘시간의 강’에 봄축제가 흐른다

이천,여주,광주는 축복받은 땅이다. 양질의 흙은 도자기뿐 아니라 질 좋은 쌀을 생산하는 근원이다. 여기에 남한강이 더해진다. 땅과 강을 무대로 풍성한 자연, 문화유산을 토해냈다. 곳곳에 볼거리가 널려있다. 도자기축제만 관람하고 가기엔 아쉬운 이유이다. 여주에서 시작, 이천 광주를 지나면서 빠뜨리면 안 될 명소들을 소개한다. 나들이를 떠나기 전 미리 숙지하고 간다면 그만큼 알차고 값진 여행이 될 수 있다.

◆ 여주 = 세종대왕릉·불교박물관 볼만

오대산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강원, 충청을 지나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관문이 여주이다. 영동고속도로 여주IC를 빠져 나오면 지척의 거리에 명성황후 생가가 기다린다. 태어나서 8세까지 살았던 곳이다.

남한강 자락에 자리잡은 신륵사는 여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신라 진평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다층석탑, 조사당 등 보물 7점을 소장한 유서깊은 절이다. 망루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경관이 압권이다. 강에는 황포돛배가 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신륵사 옆 조포나루로 가면 배를 직접 탈 수 있다. 여주지역 본행사장인 여주세계생활도자관과 가깝다.

신륵사 인근 목아박물관은 국내 최대규모의 불교박물관. 무형문화재 108호인 목아 박찬수선생이 수집한 7,000여 점의 불교관련 자료가 보관돼있다.

지나간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싶다면 고달사지로 향한다. 신라 경덕왕때 창건된 절로, 고려시대에는 국가에서 직접 관리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지금은 폐허가 된 절터에 유물 몇점만 남아있지만 만만한 것들이 아니다. 국보 4호 고달사지 부도, 원종대사 혜진탑(보물 7호) 등 국보 1점과 보물 3점이 있다.

세종대왕릉(영릉· 英陵·사적 195호)은 국내 수많은 왕릉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면적만 60만평이다. 자격루, 측우기 등 세종대왕시절에 발명한 작품들의 모형도 전시돼있다. 영릉 뒷산에는 조선 17대 효종임금의 무덤인 영릉(寧陵)이 있다.

◆ 이천 = 산수유 만발… 온천서 피로 풀어

먼저 산수유로 유명한 이천 백사면 산수유마을로 간다. 백사면 도립리, 경사1,2리, 송말1,2리일대 5만여평이 산수유 군락지이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있는 산수유마을은 이제 노란 기운이 다했지만 백사면은 이번 주말이 절정이다. 날짜를 잘 못 잡아 산수유축제는 벌써 끝났지만 만개한 꽃을 보기 위해 뒤늦게 마을이 붐비고 있다.

이천은 한국 전통 도자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중심지이다. 지금은 값싼 중국 도자기가 수입되면서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도자기를 볼 수 있다. 국도변에 자리잡은 가게에서 저렴한 가격에 도자기를 판매한다. 발품을 들여 곳곳에 흩어진 공방을 직접 찾으면 더욱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

여행에 지친 피로를 풀고 싶다면 이천온천이 정답이다. 150년전 한 농부가 사철 솟아나는 샘물에 세수를 했더니 눈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호텔미란다의 대규모 온천시설 스파플러스와 설봉호텔의 온천이 유명하다. 스파플러스에서는 축제기간동안 40% 할인된 요금에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스파플러스(www.mirandahotel.com), 이천시청 (www.icheon.go.kr) 홈페이지에서 할인쿠폰을 출력하거나, 행사장일대에서 나눠주는 할인권을 가지고 가면 된다.

◆ 광주 = 남한산성엔 역사의 애환 담겨

광주는 넓은(廣) 고을(州)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성남, 하남시와 서울 강동, 송파, 서초구 일대를 아우르던 곳이다. 명성에 걸맞는 볼거리가 산재해있다.

남종면 분원리는 조선 시대 궁중에서 쓰는 사기그릇을 만들던 곳. 질 좋은 흙을 여주에서 실어오면 이 곳에서 그릇을 만들어 남한강을 이용, 궁중에 납품했다. 아름다운 남한강변을 바라보며 작업을 한 도공들은 분명 행복했을 터이다. 당시의 제작광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분원백자관이 분원초등학교안에 마련돼있다. 예약만 하면 도자기굽기 체험행사에도 참가할 수 있다.

남한산성은 신라 문무왕(672년)때 축성된 토성이다. 1,300년의 역사를 지녔다. 지금의 형태인 석성으로 조성된 것은 조선 광해군때 후금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둘레만 11.76km, 4개의 큰 대문과 5개의 옹성이 있었고, 누각이 없는 암문만 20개에 달한다. 임금의 집무실인 행궁도 있었다. 수어장대, 숭열전, 청량당, 현절사 등 경기도 지정 문화재만 10점이 넘는다. 성을 따라 등산로가 마련돼있다. 수어장대에 서면 멀리 김포까지 내려다 보인다.

이천·여주·광주=한창만기자 cmhan@hk.co.kr

■ 먹거리들

●이천, 여주, 광주로의 여행이 즐거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먹거리가 다양하다. 이중에서도 이천 쌀밥(사진), 여주 천서리 막국수, 광주 분원리 붕어찜은 음식촌이 형성돼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3번 국도를 따라 이천으로 접어들면 도자가게만큼이나 빼곡히 자리잡은 곳이 이천쌀밥집이다. 전국 최고의 명성을 가진 이천쌀로 지어낸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큰 점수를 얻고 있다. 여기에 20여 가지의 밑반찬이 곁들여 나오니 금상첨화이다. 1990년대초 넋고개옆에 이천쌀밥집이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 이천에만 30여개의 집들이 성업중이다. 이천쌀밥집(031-634-4814), 동강(631-8833), 임금님쌀밥집(632-3646), 청목(634-5414). ●양평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여주방면으로 가거나, 이천에서 70번 국도를 이용하면 이포대교를 만난다. 천서리는 이포대교 너머에 자리잡은 조그만 마을이지만, 지금은 30여개의 막국수집이 늘어선 막국수촌으로 이름나있다. ●27년전 평북 강계가 고향인 강진형씨가 홍천에서 가지고 온 메밀로 국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효시이다. 지금은 강계봉진막국수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메밀에 매운 양념을 가미한 비빔국수, 한우사골과 잡뼈를 고아낸 물국수가 주 메뉴. 강계봉진막국수(882-8300), 천서리막국수(883-9799), 홍원막국수(882-8259). ●광주 분원리는 70년대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강(남한강)에서 호수(팔당호)로 신분격하했다. 흐르는 물이 고이면서 낚시꾼들이 북적댔고, 붕어가 많이 잡혔다. 하지만 먹을 게 별로 없어 동물의 먹이로 사용되는 등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인근에서 강태공들을 상대로 밥집을 하던 이영숙씨가 붕어에 후추, 겨자,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버무린 찜을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금은 40여개 업소가 밀집해있다. ●도자기축제기간인 5월6일부터 15일까지 붕어찜축제도 마련된다. 관광객들은 20% 할인된 가격에 붕어찜을 맛볼 수 있다. 분원붕어찜의 원조집인 강촌매운탕(767-9055)을 비롯, 붕어와연인들(797-7088), 유대감집(767-8592), 앵두나무집(76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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