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시절은 정보의 독점과 물리적 폭력에 의해 개인의 욕구가 억눌렸던 ‘닫힌 사회’였다. 민주화와 함께 ‘열린 사회’로 바뀐 요즘 우리는 권위주의 시대와는 다른 형태의 가치 독재를 체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남녀평등의 가치다. 여권 운동가들은 남녀평등만이 이 시대의 절대적 가치인 양 공권력과 미디어의 힘을 빌려 오랫동안 우리민족의 보편적 가치와 전통으로 통하던 상식의 영역에 대해 전력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군가산점제 폐지, 성매매특별법 도입, 호주제 폐지 등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대화와 타협의 절차를 무시한 가치독재의 섬뜩함을 목격했다. 여성부나 여권운동단체에 대해 여성 특유의 포용성과 합리적 조정력, 세심한 주의력을 기대했던 이들은 상대방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독선에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들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은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만 낳고 있다. 호주제 폐지과정만 해도 그렇다. 여성부 등은 행정·효율적 측면에서나 사회·문화적인 면에서 큰 무리 없이 기능해 온 가족 신분 공시제인 호주제를 당장 사라져야 할 폐습인 것마냥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 보다는 많은 국민들에게 혈연 가족 개념의 폐기와 동성애자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자는 급진 논리로 극심한 반발과 우려만 자아냈다.
성매매특별법 도입 과정에서도 문제는 있다. 성매매를 찬성하는 입장은 결코 아니지만, 모름지기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개혁에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그럼에도 여성계에선 오로지 남성에 대한 매도와‘성매매 추방’이라는 구호만 있었지 법 시행에 따른 역작용이나 사회적 혼란에 대한 대비는 없었다. 예컨대 여성부 관계자들이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했기에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자활 대책 등은 고려조차 못한 것이다. 일단 법부터 시행하고 보자는 식의 아집이 결국 얼마나 많은 국가적 예산낭비와 사회분열을 초래했는가.
상대를 무시하는 일방통행과 독선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여성들이 닫힌 페미니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이제 겨우 싹을 틔우고 있는 여성정치에 대해 불필요한 불신과 오해만 키우게 될 것이다. 여성 지도자들이 시대 변화와 함께 남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문제, 사회 통합을 위한 바람직한 아젠다를 설정하는 문제 등에 대해 좀 더 열린 자세로 고민해주기 바란다.
정형열 가정과 국가바로세우기 공의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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