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들어 일부 학교에서 불법 찬조금 모금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는 인천시내 23개 학교가 학부모들을 상대로 불법 찬조금을 모금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들 학교 대부분은 임원을 맡은 학생의 부모나 학부모회 회원들로부터 수십만원씩 찬조금을 강제로 거뒀다고 한다. 서울의 한 사립고는 에어컨 설치 및 자율학습 감독교사 수고비 지급 등에 쓰겠다며 1학년 학부모 전원에게 35만원씩 내도록 요구했다는 학부모 단체의 폭로도 있었다.
초ㆍ중ㆍ고교에서 찬조금을 둘러싼 잡음이 올해도 여전한 것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학교발전기금 폐지안 법제화가 무산된 영향이 크다. 교육부는 자발성 없는 모금의 폐해가 큰데다 부패방지위원회의 제도 개선 권고를 받자 올 1학기부터 학교발전기금을 폐지한다고 발표까지 했으나 2월 임시국회에서 "자발적인 기부금까지 금지해야 하느냐"며 제동을 걸었다.
뒤늦게 알려진 이런 내용을 보면서 드는 의문은 의원들이 당시 불법 찬조금의 실상과 문제를 충분히 인식했는가 하는 것이다. 자발적인 기부금의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촌지와 함께 우리 교육계의 고질(痼疾)이 된 지금 관련 제도를 폐지한 뒤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양성화를 논의하는 게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었는가 싶다.
불법 찬조금은 가뜩이나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 학부모들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킨다. 찬조금을 내지 못할 경우 혹시라도 자식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까 항의도 하지 못하는 게 부모들 심정이다. 집안이 부유해 찬조금을 내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에 위화감도 문제다. 교육당국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감독을 강화한다지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찬조금 모금의 빌미가 되고 있는 학교발전기금 제도를 폐지하는 것뿐이다. 국회는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심의해 주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