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폐교위기서 본교부활 충남 아산 거산초등校/ 학부모·교사·주민 한마음 농촌분교 살렸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폐교위기서 본교부활 충남 아산 거산초등校/ 학부모·교사·주민 한마음 농촌분교 살렸다

입력
2005.04.15 00:00
0 0

교사와 학부모, 지역주민이 똘똘 뭉쳐 폐교 대상에 올랐던 농촌의 분교를 3년여 만에 훌륭한 본교로 부활시켰다. 14일 오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학리 거산초등학교 교무실. "우리 아이를 제발 받아 주세요." "죄송합니다만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한 선생님이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으며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전원형 작은 공동체학교’로 거듭나는 데 성공한 거산초등학교에는 도시에서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의 전화와 방문이 매일 2~3건씩 이어지고 있다. 불과 3년여 전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학생이 없어 폐교될 처지였다. 농촌에 위치한 이 학교는 이농과 고령화로 취학아동이 감소해 1992년 분교로 격하됐고, 2001년에는 전교생이 34명으로 줄어 폐교 대상에 올랐다.

‘거산분교 살리기 운동’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소식을 듣고 아산지역 글쓰기지도교사모임 소속 교사 6명이 전출을 자원했다. 아산과 천안지역의 시민단체 관계자와 뜻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거산분교로 전학 보냈다. 2001년 2학기에만 무려 96명의 학생이 거산분교로 와 이듬해부터 복식학급을 없애고 학년별 한 학급으로 편성할 수 있게 됐다. 지역주민도 "마을에 초등학교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며 외지에서 온 아이들을 가족처럼 아껴주며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2002년 3월 거산분교에 부임한 김영주(43) 교사는 "교사와 학부모,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친환경교육, 체험중심교육, 공동체교육의 청사진을 만들었고 실천에 옮겨나갔다"고 말했다. 학교는 행복한 배움터로 변했다. 학생은 학교 옆 텃밭에 감자와 고구마를 심고, 운동장 옆 사육장에서 거위와 토끼, 닭을 길렀다. 꽃잎을 따 화전을 부치고, 쑥을 뜯어 떡을 만들고, 냉이를 캐서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학교가 너무 즐거워요." "선생님이 ‘너 전학 보낸다’고 말씀하시는 게 가장 무서워요."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표정은 티없이 맑다.

전교생은 매주 한차례 모여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는 ‘다모임 학습’을 하며 공동체의식을 키운다. 스스로 사회자를 정하고 교사도 발언권을 얻어 의견을 개진한다. 금요일 저녁 친구집에 모여 하룻밤을 보내는 ‘모둠 생활’은 학부모들의 벽도 허물었다.

학교 운영은 민주적이며 학부모와 주민의 참여가 아주 활발하다. 텃밭은 학부모들이 돈을 갹출해 임차했고, 동물 사육장은 쉬는 날 아빠들이 손수 만들었다. 경험 많은 주민들은 학생들에게 유기농법과 양봉을 가르친다. 계절체험학습 등 중요한 행사는 학부모·교사 연석회의에서 결정하고, 연간 교육계획을 짤 때도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거산초등학교는 이제 학년당 20~27명, 전교생이 모두 149명으로 늘어나 시골학교 치고는 ‘제법 큰’ 학교가 됐다.

걱정도 있다. 우선 전입해 오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 현재 학급당 학생수가 20명으로 도시 학교보다는 적지만 교사들은 이것도 많다고 한다. 학생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고 제대로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설확충도 시급하다. 폐교를 예상하고 교육청이 오랫동안 방치해 도서관 다목적실 보건실 등이 아예 없다. 교무실이 너무 좁아 교사는 8명인데 책상은 4개뿐이다. 교장실도 없어 관사를 사무실로 쓰고 있다. 박장진(54) 교장은 "프로그램은 자랑할 만하지만 시설은 아쉬움이 많다"며 "본교로 승격된 만큼 교육청에서 적극 지원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산초등학교 학부모회와 동문회는 16일 학교 운동장에서 ‘본교 승격 축하 한마당’을 연다. 교사와 학부모, 주민들이 모두 모여 본교로 승격하기까지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고, 그동안 도움을 준 분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아산=글·사진 전성우기자swch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