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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그래서 들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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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그래서 들꽃이란다

입력
200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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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마당가에 어머니가 수십 포기의 수선화를 심으셨다. 봄이면 노란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 제법 모양을 이룬다. 어머니는 꽃을 가꾸면서도 그 꽃의 이름이 수선화인지도 모르고, 또 수선화에 얽힌 전설 같은 것도 모르신다.

어머니는 노란 그 꽃을 한참 바라보면 그저 묘하다고만 하신다. 그 ‘묘하다’는 말 속에 수선화의 꽃말 ‘자기도취’와 자기의 얼굴에 도취된 ‘나르시소스’의 전설이 다 들어 있는 것이다. 얼핏 바라보면 묘하지 않은데 사람 얼굴을 바라보듯 한참을 들여다보면 묘해지는 꽃, 그것이 바로 수선화이다.

그 수선화 옆에 심지 않았는데도 실낱같은 줄기로 올라와 몇 알갱이의 잘게 깨진 쌀알처럼 피어있는 냉이꽃을 바라보노라면 꽃에도 참 여러 인생이 있구나 싶다. 자기도취의 화려함과 초라함이 너무도 대비되어 마치 수선화가 냉이꽃을 향해 너도 꽃이냐고 묻는 듯하다.

그 말을 하니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런 소리하지 말아라. 사람이 집을 비워 마당이 삼년만 묵으면 저 노란 꽃은 한 포기도 살아남지 못할 게다. 그렇지만 냉이꽃은 온 마당이 쑥부쟁이 숲이 되고 관목이 밀고 들어와도 제 땅 절대 안 내놓을 거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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